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공정위의 승인을 받으면서 7부 능선을 넘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라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이제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
22일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았다.
대한항공은 아직 필수신고국가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국내 공정위를 비롯해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9곳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현재까지 필수신고국가 가운데서는 국내를 비롯해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태국에서는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외 경쟁당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국내 공정위가 1년1개월 만에 결론을 내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서는 그동안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해외 경쟁당국이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을 두고 국내 공정위의 발표를 기다린다는 시선이 많았다. 공정위가 내놓는 독점과 관련한 해결책이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정위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승인하기는 했지만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을 낸 만큼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인 조건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향후 10년 동안 슬롯·운수권 이전 등의 구조적 조치와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좌석간격·무료수하물 등 서비스품질 유지, 항공마일리지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 행태적 조치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의식한 듯 “현재 여러 해외 경쟁당국이 심사를 하고 있고 각 나라마다 다양한 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추후 전원회의를 다시 개최해 외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한 시정조치의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기업결합에 가장 우려되는 경쟁당국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더라도 대한항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시정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불허할 가능성 마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앞서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샛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유럽연합은 캐나다 항공사 합병이 유럽~캐나다 항공편의 경쟁성을 감소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두 항공사의 유럽~캐나다 중복 노선이 30여 개에 이른다는 이유로 합병 이후 독과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추가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에어캐나다는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 시정조치를 하면 국제적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유럽연합은 최종적으로 두 항공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중국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 항공사의 운수권 및 슬롯 배분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한 대형 항공사 탄생을 견제하기 위해 기업결합을 불허하거나 이행이 어려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을 마치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한다.
조 회장이 바랐던 '메가 캐리어'가 되는 것이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2년은 대한항공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나온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와 관련해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앞으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