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2-02-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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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대표이사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력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정인국 케이카 대표이사는 이커머스의 경쟁 우위를 다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지난해 보였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정인국 케이카 대표이사.
20일 케이카 안팎의 말을 종합해 보면 올해 케이카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변화로는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꼽힌다.
케이카는 중고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완성차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매입과 매출 모두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12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고 올해 들어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사업 준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아래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3월 여는 회의에서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면 완성차업체들은 곧장 중고차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1월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3월에는 최종 결론을 내기로 의견을 모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참여업체가 워낙 많아 파편화돼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중고차 매매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6000여 곳가량으로 추산된다.
케이카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플랫폼을 앞세워 올해 1월 기준 시장점유율 약 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카는 2021년 매출 1조9천억 원, 영업이익 711억 원을 내 2020년보다 각각 43.8%, 88.6% 증가하는 등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케이카가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꼽힌다.
지금까지 중고차 시장은 딜러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불균형에 따른 사기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이와 달리 케이카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하고 정비해 고객에게 보증 판매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사업구조인 셈이다.
다만 이 사업 구조는 제조와 정비 역량을 보유한 완성차 기업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방식이다. 케이카가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인국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이커머스에 집중해 사업 차별성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케이카를 통한 중고차 매매 방식은 크게 이커머스와 오프라인으로 나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검색하는 과정까지는 동일하지만 이후 지점 방문 유무에서 다르다.
플랫폼을 통해 검색하고 지점을 방문하는 방식은 이미 다수의 업체가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점 방문없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방식은 케이카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과 옵션이 정해진 신차 판매에서도 온라인 판매 방식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다"며 "연식과 상태에 따라 가격이 가변적인 중고차 시장에서 전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체계를 갖춘 것은 케이카가 가진 강점"이라고 말했다.
케이카는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의 45%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이커머스 판매를 통해 달성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정 대표는 중고차 매입도 완성차 대리점을 통한 매입 비중을 줄이고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기준 직접 매입 비중은 47%로 2020년(36%)보다 11%포인트 확대했다.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매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투자도 강화한다. 올해 6월부터 관련 웹과 앱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대표는 올해 전용 시설도 설립해 이커머스 판매와 매입 확대에 힘을 싣는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매입이나 판매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물류가 편리한 곳에 약 1천 대 규모를 적재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 돼 오히려 케이카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50만 대로 추산되는데 아직 온라인 판매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완성차 기업이 온라인 기반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이미 사업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선도하는 케이카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한적 매입 여파와 중고차 시장 노하우 등을 고려하면 케이카로서는 완성차 기업 진입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오히려 대기업 진입에 따른 온라인화 추세 강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