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확인하니 정신이 아득하네요.”
Sh수협은행이 최근 신입행원을 뽑기 위한 자기소개서에 MBTI와 연계해 직무 적합성을 서술하라고 요구하자 취업준비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평소 재미삼아 해보던 성격유형검사인 MBTI가 취업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자기소개서 항목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Sh수협은행은 MBTI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성격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취업준비생은 Sh수협은행이 MZ세대와의 거리감을 좁혀보려고 MBTI를 선택한 것 같다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MBTI가 한 사람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완벽한 지표가 아니라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MBTI는 심리학자 카를 융의 유형 이론에 근거해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형태로 구분한 지표를 말한다.
그러나 MBTI를 고안해 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는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비전문가였다.
MBTI는 비전문가가 만들어 낸 지표라는 점 말고도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뇌를 연구하는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MBTI를 5주 후에 다시 측정하면 50% 가까운 피험자들에게서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며 MBTI의 부정확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간이 MBTI 검사는 정식 검사보다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성격을 정확하게 판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Sh수협은행은 MBTI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MBTI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Sh수협은행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MBTI는 지원자의 성격을 소개하는 하나의 도구로 지원자가 본인의 성격이 어떤 직무에 맞는지 서술하는 것이 포인트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Sh수협은행이 합격의 당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취업이 달린 상황에서 사소한 부분 하나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방송에 임할 때 성실하기로 이름난 유재석도 게으름 많은 ISFP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일할 때의 모습과 평소의 모습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 작성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Sh수협은행에서 선호하는 성격유형이 아니면 심사에서 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발 빠르게 MBTI 성격유형별로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를 작성하는 팁이 만들어져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작성법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람의 성격에 대한 객관적 지표라고 보기 힘든 MBTI를 채용 관련 자료로 활용한 것은 취업을 앞두고 절박한 심정에 놓인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던 것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