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앞서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을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대한항공이 난색을 보인 데다 기업결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의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에 발표한다. 당초 이번주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뤄진 것이다.
공정위는 이달 9일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한 바 있다.
이후 일주일 뒤인 이번주 중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16일 한 번 더 전원회의를 열고 관련 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9일에 이어 16일에도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결과를 내는 데까지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두고 기존에 내걸었던 조건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항공업계의 의견을 어느정도 받아들여 조건을 다소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앞서 두 항공사가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고 운수권을 재배분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단 심사보고서를 내놨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시애틀, 바르셀로나, 장자제, 프놈펜, 팔라우, 시드니로 가는 노선과 부산에서 나고야, 칭다오를 오가는 노선 등 모두 10개 노선을 독점하게 된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공정위가 내건 조건의 방향성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슬롯 및 운수권을 내놓게 되면 통합에 따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연간 3천억~4천억 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는데 공정위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면 그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등은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으로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노선이 축소되면 잉여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공정위가 기존에 내놨던 대로 조건부 승인으로 결정이 난다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두고 의지를 보였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두 항공사의 결합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을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이라고 표현했다.
조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의견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한항공으로서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 발표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결론이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직 필수신고국가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에서 기업결합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 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