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복합개발사업에서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장기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건설업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이미 수주한 여러 개발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로고.
16일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담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창원시는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사업 관련 협상을 보류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사건으로 행정처분 등이 예상되고 해서 사업 실시협약 협상 등을 잠시 보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보류 기한 등에 관해서는 서로 합의한 내용이 없고 앞으로 주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민간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시협약을 맺어야 민간통합개발시행자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사업 시행자 위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마산해양신도시는 창원시가 2014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이다.
마산항 항로 준설 과정에서 나온 토사로 마산만 공유수면을 메워 인공섬을 만들고 민간투자를 유치해 아파트, 관광문화복합시설, 상업시설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전체 면적 64만2천㎡ 가운데 3분의 2는 창원시가 공공개발하고 나머지는 민간이 담당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역세권개발사업 가시화에 이어 도시개발 등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이런 상황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개발사업에서도 사업자 교체 등을 요구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2021년 12월 2조 원 규모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한 한화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잠실 마이스사업 컨소시엄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HDC그룹 계열사 5곳이 참여해 20%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뒤 우선 한화 컨소시엄 측에 협상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원론적 요청을 해둔 상태다.
이에 현재 한화건설 등 한화그룹 계열사 주도 아래 HDC현대산업개발 등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여러 대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동남권역 사업 담당자는 “아직 행정조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의 협의상황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조치가 현실화되면 리스크 요인들이 생기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사업 협상과 관련한 제반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하지만 이후 국토교통부 등에서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시에서도 계약 등과 관련해 직접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주무관청은 실시협약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사업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자에 대해 사업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건설업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 등록 말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바라본다.
서울시는 앞서 1월28일 “시는 부실시공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한다는 입장이다”며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에 관해 국토교통부에서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처분요청이 오면 신속히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면 1년간의 영업정지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전에도 광주 학동 철거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이에 관한 처분이 더해지면 영업정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오는 17일 광주 학동 철거공사 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연다. 행정처분을 내리려면 사실관계, 귀책사유 등이 확정돼야 하는데 청문회에서 이런 부분에 관한 질의와 소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