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과 함께 노동조합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약속했던 것을 이번에는 지킬 수 있을까?

지난해 수출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를 뽑았고 올해 법률 개정으로 금융 공공기관에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예정돼 있어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를 받아들이는 데 부담감을 덜 것으로 보인다.
 

9일 IBK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2명의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를 대체하기 위한 후보자를 추천한다. 

IBK기업은행 이사회는 은행장과 전무이사,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가운데 신충식 삼일회계법인 고문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3월26일로 임기를 마친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2월 셋째 주 안에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후보자를 확정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동계 인사 1명과 외부 인사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윤 행장이 과거 노사 공동선언문을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약속했던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 행장은 취임 당시인 2020년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에서 윤 행장을 정부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며 한 달 가까이 출근 저지운동을 벌이자 노사 공동선언문을 함께 마련하고 상황을 수습했다.

당시 노사 공동선언문에는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하여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러한 합의에 따라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으나 금융위원회의 최종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의 다른 관계자는 “윤 행장이 취임할 당시 합의한 사항이다”며 “이를 이행한다는 점에서 협조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에 긍정적 환경도 최근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9월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를 노조추천이사로 임명해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맨 처음으로 실시한다는 부담감을 덜었다.

게다가 올해 1월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법률 개정안에 따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확정된 금융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곳이다.

이를 계기로 다른 금융기관으로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윤 행장도 노조추천이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윤 행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해 관련 법률 개정이 따라야 한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 가운데 하나다.

IBK기업은행 사외이사의 임명 절차는 IBK기업은행장이 금융위원회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금융위원장이 선임하는 방식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국정과제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며 “관련해서 선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합리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운용되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