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2-02-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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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친환경 산업에 쓰이는 철강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친환경산업에서 수요가 많은 새 철강제품을 통해 철강업황 변화에도 수익성을 담보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현대제철 로고.
4일 현대제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생산확대 기조에 발맞춰 관련 철강제품 생산에 힘을 싣고 있다.
당장 최대고객사인 현대차부터 올해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부터 지난해보다 33.8% 증가한 56만4천 대를 판매할 목표를 세워 현대제철로선 친환경차 철강제품 매출 확대를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친환경차 관련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고성능 초고장력강과 핫스탬핑강의 성능 극대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최근 개발한 제품은 초고장력 자동차 강판인 ‘프리미엄 1.5GPa(기가파스칼) MS강판’이다. 이 강판은 강도를 1.5GPa로 유지하면서 3mm 이하의 평탄도를 실현해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나 범퍼, 루프사이드 보강재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는 경량화와 충돌 내구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데 프리미엄 1.5GPa MS강판이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강판은 성형성과 평판도에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춘 개선된 강판이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 추세에 따라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핫스탬핑강의 설비증설에도 속도를 낸다.
핫스탬핑은 950℃의 온도로 가열된 철강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으로 이를 통해 가볍고 인장강도가 높은 초고장력강을 만들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무게와 전장(전자장비)부품 비율이 커져 안정적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차량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내연기관차에서는 15% 안팎의 핫스탬핑강이 적용됐지만 전기차에는 적용률이 20%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2023년 3월까지 체코 법인의 핫스탬핑 라인 증설을 완료해 현대차 체코공장 납품 규모를 기존의 연간 320만 매에서 480만 매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용 고부가 후판도 현대제철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해 1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제한한 환경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LNG연료를 활용한 선박의 수요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조선업 전체 수주량 1744만 CGT(표준선 환산톤수) 가운데 친환경 선박 비중은 1088만 CGT로 62%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 82.4%가 LNG추진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요에 대응해 현대제철은 9%니켈강 양산체제를 구축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9%니켈강은 조선용, 육상 플랜트용 저장탱크 등 LNG연료 저장시설의 안전성을 위해 사용되는 고성능 후판제품이다. 극저온 환경(영하 196도)에서도 내성과 용접 성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제철은 선박용 LNG탱크뿐 아니라 육상LNG저장탱크용 9%니켈강 사업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말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강재 9%니켈강이 품질인증을 받아 한국가스공사 당진 LNG생산기지 건설사업 자재 공급사 자격을 획득했다.
이 인증으로 현대제철은 조선용 LNG저장탱크 소재에서 육상용 LNG플랜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비스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친환경 트렌드로 LNG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후판에서는 9%니켈을 첨가해 극저온에서도 강판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극저온 강을 조선용으로 공급했다”며 “운반선 외에 육상용 탱크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육상용 탱크 부분도 우리가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친환경 고부가 철강제품은 현대제철의 수익성을 안정화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2021년 연간실적 콘퍼런스콜을 열어 지난해 450만 톤을 기록한 자동차 강판 판매량을 2022년 14.8% 증가한 52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철강업황은 변동성이 큰 데다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일례로 지난해 4분기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하는 차량용 강판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2월 폭설 등 이상기후로 선적 차질이 발생해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와 비교해 6.5% 하락하기도 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 강판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올해 운임 등의 상승으로 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철강신제품과 고객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박 연구원은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2022년 별도기준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5% 하락한 2조27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