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호 농협유통 대표이사가 농산물 구매권을 둘러싼 농협경제지주와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 사이 갈등 해소를 취임 뒤 첫 과제로 마주했다.
신 대표는 농협유통이 농산물 구매권 없이 안정적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농협경제지주와의 협의체인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농산물 구매권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일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에 따르면 노조는 농산물 구매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다시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농산물 구매권 조정 없이는 농협유통이 도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2차, 3차, 무기한 파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설 연휴를 앞둔 1월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임금협상과 농산물 구매권 등을 놓고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7일 새벽 농협유통과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가 임금협상에 합의하면서 파업은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임금협상에 버금가는 핵심쟁점인 농산물 구매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농협경제지주가 유통자회사 4곳을 통합한 뒤 농산물 구매권을 독점하면서 농협유통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협경제지주가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농산물을 일괄적으로 구매한 뒤 자회사인 농협유통에는 판매만을 위탁해 품질의 하향 평준화가 나타나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더 싸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을 잘 알고 있는 유통통합법인이 농산물 구매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올해 경영목표로 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농산물 구매권 확보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라면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낼 수 있다고 바라본다.
신 대표도 농협유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농산물 구매권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와도 만나 적극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표는 농협경제지주와 농업유통의 협의체인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농산물 구매권 조정 문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경제지주 및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와 추진하는 토론회도 신 대표의 구매권 조정 작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 과정에서 구매권 없이 판매권만 가진 농협유통의 문제점이 부각된다면 농협경제지주와의 농산물 구매권 조정 협의에서도 농협유통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폭넓은 유통지식과 안정적 경영능력을 갖춘 유통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신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성남유통센터 지사장, 가락공판장장, 대외마케팅부장, 농산물도매분사장, 공판사업분사장 등을 거쳐 3일 농협유통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