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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주주활동 요구 커져, HDC현산 대상 첫 주주대표소송 내나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1-18 16: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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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사회적 압박의 수위가 만만치 않은 만큼 주주대표소송 등 강도 높은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주주활동 요구 커져, HDC현산 대상 첫 주주대표소송 내나
정몽규 HDC그룹 회장.

18일 국민연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번 붕괴사고가 마침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2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주주대표소송권한을 일원화 한다는 내용으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을 개정한다는 소식이  10일 알려졌는데 다음날인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놓고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촉발된 상황이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로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11.6%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인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 수습과 관련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로 꼽힌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지분보유 목적이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나 ‘경영참여’여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만큼 소송을 내는데 걸림돌은 거의 없다.

물론 국민연금이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이긴다고 해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했다는 점 말고는 직접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 더구나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법정 비용 등의 부담만 안게 된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이 기업에 끼친 손해에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원고가 피고에 직접 손해를 배상하라는 일반 손해배상소송과는 달라 주주대표가 승소해도 배상액은 기업에 돌아간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7월 주주대표소송 제기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후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 사례는 이제껏 한 번도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이전보다는 강도 높은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11일 2만5750원에서 18일 1만6100원으로 급락하는 등 기업가치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37.5% 떨어졌다. 

등록말소 이야기까지 나와 주가가 더 떨어질 여지도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HDC현대산업개발은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처벌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딱 한 번 등록말소가 적용된 적이 있는데 이후 판례가 없어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록말소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에 실제로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지면 기업가치는 더 급락한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위 위원장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수탁위의 주주활동과 관련해 신세계와 HDC현대산업개발을 겨냥해 “총수의 개인 발언, 신축 아파트 붕괴 등에 따른 주가 하락도 서한을 발송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오너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사고수습 행보가 비판을 받으면서 국민연금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지만 여전히 여론 반응은 차갑다.

정 회장이 여전히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는 데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HDC의 최대주주인 만큼 영향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HDC 지분은 33.68%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등 기관투자자의 경영관여 활동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비롯해 주주제안, 서한 발송, 이사회와 비공식적 대화 등 형태로 나타난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6가지 중점 관리사안을 놓고 비공개 대화부터 단계적으로 주주권 행사의 강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성명을 내 “대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로 HDC현대산업개발 이사회가 전면 개편될 수 있도록 주주대표소송뿐 아니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익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 및 이 사고와 연루된 문제 이사의 해임요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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