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유럽 태양광발전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해외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박 사장은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서부발전이 유럽에서 풍력발전사업에 이어 태양광발전사업을 뛰어들면서 이후 유럽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박 사장은 이날 “이번 사업은 발전공기업과 국내 금융이 함께 한국형 태양광 패키지를 수출하는 모범사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사장은 올해 4월 서부발전 사장으로 취임한 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순항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수익 창출로 실적부진을 만회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발전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157MW 규모의 스페인 로사태양광 발전사업 안건을 의결하면서 사업 참여를 본격화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서부발전은 한화솔루션과 손잡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로사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게 된다. 2022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3년 11월에 준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한화솔루션이 기자재 조달과 설치공사를 담당하고 서부발전은 2025년부터 2053년까지 28년간 발전소 운영을 맡는다.
발전소 전체 부지는 약 383만㎡로 축구장 500개를 합친 크기다. 월마다 인근 약 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번 사업은 서부발전이 유럽에서 추진하는 첫 태양광 발전사업이다. 유럽에 진출한 국내 발전공기업의 태양광 발전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서부발전은 지난해 6월 핀란드의 아담스 육상풍력발전사업 지분 29.5%를 인수하면서 유럽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발전사업을 총괄하는 유럽지주사를 설립하면서 유럽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스웨덴 중부지방에 241MW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스웨덴 클라우드풍력발전사업 참여도 결정했다.
박 사장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친환경에너지 글로벌 리더’라는 비전 아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5%까지 늘린다는 경영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또 해외 발전사업 개척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해외사업과 수소 신사업 등을 확대해 해외·신사업 매출을 1조4천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11월 조직개편에서는 국내·외 에너지신사업 확대 및 신사업 추진 등을 도모하기 위한 정보기술처 조직을 신설했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사장 취임식에서 “서부발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탄소중립 흐름이 거센 데다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유럽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은 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 발전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평야에 바람이 많은 점을 고려해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육성하고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40GW 규모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부발전의 해외 사업 확대는 실적 개선의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서부발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2016년 5886억 원에서 2017년 3614억 원, 2018년 1405억 원, 2019년 747억 원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59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부채비율도 2017년 148.01%에서 2020년 176.9%로 높아졌다.
박 사장은 강원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대학원에서 공기업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구매처장, 영업처장, 홍보실장, 경기지역본부장, 기획본부장 등을 거친 뒤 올해 4월 서부발전 사장으로 임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