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1-12-24 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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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12월 들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 등 부정적 현안이 여전히 증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코스피가 좀처럼 3천 선에 안착하지 못한 데 따른 대응으로 읽힌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2월1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동안 4063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달마다 1조 원 안팎으로 순매도하면서 국내주식 비중 줄이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11월30일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인 2839.01로 장을 마치는 등 코스피 2800선이 위협을 받자 순매수로 태도를 바꿨다.
코스피는 8일 3001.80으로 마감한 뒤 13일까지 3천 선을 유지했지만 이후 2980~3020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코스피는 2900대에서 시작해 6월 중 3300대까지 올라갔다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두고 최악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본격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보인 움직임을 살펴보면 1551억 원을 순매수해 여전히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여전히 국내외에서 확산 중이고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확산을 두고 “오미크론이 개별적 증상은 약하더라도 대규모 감염에 따른 의료체계 부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경고가 나온다”며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각국 정부의 제한적 방역강화와 이에 따른 주식시장의 일시적 흔들림이 이따금씩 나타나는 가운데 전반적 리스크 우려는 점진적으로 경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상무부가 23일 발표한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98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추이를 관찰하고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핵심지표로 쓰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돼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현재의 2배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카카오페이로 12월 들어 181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은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뒤부터 꾸준히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수해 왔으나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만큼 현재 카카오페이 주식으로는 수익을 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11월3일 상장 이후 한동안 하락 흐름을 보이다가 11월25일 코스피200 특례 편입이 발표되면서 주당 24만 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코스피200 편입날인 10일 류영준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보유수량 44만 주를 전량 매도한 뒤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24일 16만9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민연금이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바이오 종목에 순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특히 12월 들어 에스디바이오센서 주식은 668억 원어치 사들였다. 카카오페이, 삼성전기, LG화학에 이어 네 번째로 순매수 규모가 크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주식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대장주로 꼽힌다.
그 밖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579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39억 원 등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 주식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을 맡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23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GBP510’를 최대 1천만 회분 선구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