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12-24 15: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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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하고 세다.”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으로 영입된 김명희 경기대학교 겸임교수가 스스로를 표현한 말이다.
▲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24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김명희 부사장은 올해 3월 신한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되며 신한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김 부사장은 한국IBM에서 23년간 근무한 뒤 SK텔레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등을 거친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김 부사장은 신한은행 사외이사로 여느 사외이사들과 달리 현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경영진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내부 관계자들의 긴장감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김 부사장의 열정적 태도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등 그룹 경영진들도 높이 평가해 최고디지털책임자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수락하기 전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2020년부터 카이스트(KAIST) 동기들과 연구회를 만들어 금융회사의 디지털 현안을 공부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던 1년여 동안 신한은행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올해 12월1일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Moneyverse)’를 론칭했다.
머니버스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전자금융, 통신 등 여러 회사에 분산돼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수집해 금융 정보 통합조회, 자산·재무 분석, 소비·지출 관리, 목표관리, 개인화 상품 추천 등을 제공하는 마이데이터서비스다.
12월11일에는 배달 플랫폼 ‘땡겨요’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땡겨요는 플랫폼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데이터를 가맹점주와 공유하고 경영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은행이 비금융 플랫폼시장에 진출해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음식점 특화 금융상품 출시 등 비금융과 금융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은 디지털 주도권을 두고 금융사와 빅테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명희 부사장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금융회사들은 최근 카카오 같은 빅테크에게 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
올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12월24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8조6천억 원에 이르며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 19조58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올해 3분기 147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신한쏠(SOL)’ 이용자 수는 953만 명에 그친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빅테크의 도전에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간편결제 내 선불충전, 제로페이, 선구매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등 새로운 결제수단이 늘면서 기존 카드사가 주도했던 지급결제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2022년 카드 수수료가 기존보다 최대 0.3%포인트 인하되면서 신한카드는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카드가 모바일 플랫폼 ‘신한플레이(pLay)’와 자동차금융 플랫폼 ‘마이카’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으며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향후에는 디지털 전환이 카드사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김명희 부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비금융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한금융지주 내 디지털 플랫폼 추진 태스크포스(TF)는 비금융 플랫폼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TODP는 메타버스, 게임, 구독경제 등 신한금융그룹의 비금융 콘텐츠를 한 곳에 모은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 비금융 플랫폼은 신한금융그룹이 금융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또 각 계열사마다 데이터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2022년부터 방대한 가맹점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사업을 시작해 중금리대출, 제3자에 신용평가 제공 등으로 수익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올해 안에 설립해 헬스케어 서비스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헬스케어 서비스 가입자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각 개인에 맞춘 보험상품을 설계하거나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약 1년 동안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맡으며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그동안 겸직하고 있던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와 디지털 전문 계열사인 신한DS 대표이사의 역할도 분리되는 만큼 더 세밀한 디지털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