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IPO) 방침은 정해져 있으나 추진 시점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를 구체적으로 언제 진행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업공개에 앞서 유치한 자금은 판매 거점 확대, 신제품 개발, 국내외 파트너십 추가 확보, 연관 기술 지분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 계약을 최근 맺었다. 두산이 100% 자회사(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가운데 외부 지분투자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두산로보틱스의 미래가치와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투자사는 두산로보틱스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모두 보통주 신주 44만1998주를 인수한다. 이에 따라 향후 두산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100%에서 90.9%로 변동된다.
박정원 회장은 그동안 로봇시장에 관심을 두고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사업 확대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박 회장은 과거 ‘CES 2020’, ‘오토메티카’ 등 로봇 관련 전시회에 직접 참여해 협동로봇 등 로봇산업의 전망을 살폈다.
두산로보틱스는 자체적으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화기를 지나고 있는 협동로봇시장 선점효과를 키우기 위해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10개의 제품군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협동로봇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의 40%를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북미, 서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해외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북미와 서유럽에 새 법인을 설립해 영업력을 확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론 두산로보틱스는 아직까지는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다만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돼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협동로봇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조용 협동로봇시장이 노동력 감소, 임금 상승에 따라 올해 1조 원 규모에서 매년 23% 이상씩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용 협동로봇뿐 아니라 서비스용 협동로봇 분야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도 현재 제조용 협동로봇 중심의 제품군을 카메라로봇, 카페로봇, 의료 보조 로봇 등 서비스용 협동로봇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로보틱스 매출을 보면 2018년 99억 원, 2019년 173억 원, 2020년 202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두산이 100% 자회사들의 올해 합계 매출 목표(1012억 원)를 지난해 매출(369억 원)보다 크게 높여 잡은 점을 보면 올해도 외형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자체사업에서도 이익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자BG(비즈니스그룹) 등 두산 자체사업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379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4분기 전자BG의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가 지속하는 등 자체사업에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런 자체사업 성장에 힘을 더하기 위해 지금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산은 21일 의약품 보관용기사업을 하는 미국 SiO2에 1억 달러를 투자해 협력관계를 맺고 의약품 보관용기사업에 진출했다.
SiO2는 백신·액상 의약품을 담는 용기(Vial), 사전 충전형 주사기(PFS), 채취된 혈액을 담는 용기(BCT)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정부가 추진한 백신개발 및 공급 과정 관련 민관협력 프로젝트(OWS)에 참여했다.
두산은 SiO2 투자를 통해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약품 용기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보관용기시장을,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및 바이오 의약품 용기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의 졸업을 앞두고 기회를 찾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도전적 투자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회장은 그룹 구성원들에게 예측이 어려운 ‘초불확실성 시대’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최대한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공격적 신사업 추진 의지를 평소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