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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가 최근 몇년 사이에 급락했다.
순위뿐 아니라 규모도 반토막났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한때 60조 원까지 치솟았으나 이제는 30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성기를 맞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2014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승장구
12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511위에 그쳤다.
현대차는 2010년에 285위까지 순위가 올랐지만 6년 사이 순위가 226계단이나 하락했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현대차 주가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2013년까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2008년 하반기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회를 맞았다.
현대차는 금융위기 이전에 중소형 차종의 생산능력을 확대했는데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중소형 차종에 집중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 등 우호적 환율여건도 이어졌고 중국 경제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 주가는 2008년 초반 6만~7만 원대에 머물다 2008년 말 금융위기로 국내 대형주들이 무너질 때 함께 하락해 3만7천원 대까지 후퇴했다.
그러나 1년 만인 2009년 말 10만 원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2010년 11월에 4년 가까이 시가총액 2위를 지켜왔던 포스코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현대차 주가는 2012년 5월 장중 27만2500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 엔저 여파로 2014년부터 내리막길
현대차 주가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일본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저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자동차회사들은 이에 힘입어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일본과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는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토요타 주가는 2013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 70% 이상 급등했다. 반면 현대차 주가는 같은 기간에 30% 가까이 하락했다.
현대차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내수에서도 수입차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14년에 처음으로 70%대 아래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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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015년 12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현대차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현대차의 실적을 살펴보면 분기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전체적으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6%대까지 하락했다.
현대차가 2014년 9월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 10조 원이 넘는 거액을 써낸 것도 현대차 주가를 끌어내렸다. 금액이 공개되자 현대차 주가는 하루 만에 9% 넘게 급락했다.
당시 무너진 주가 20만 원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2014년 11월에 3년7개월 동안 지키고 있던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6월 초 중국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하루 만에 1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현대차는 그 여파로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서 탈락했고 여전히 50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 현대차 주가, 제네시스가 다시 날개 달아줄까
현대차 주가가 이른 시일 안에 예전과 같은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마땅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며 과거만큼 성장률이 높게 나올 수 없다”며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M과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몇년 동안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요시장인 중국에서도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장 안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자리잡을 경우 현대차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에 제네시스 G90을 출시한다. 중국에서도 4월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인 뒤 하반기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