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금보험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해야 할 곳 가운데 가장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울 곳으로 한화생명이 꼽힌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하는 곳은 우리금융지주, 한화생명, SGI서울보증보험, 수협중앙회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수협중앙회에서는 비교적 공적자금 회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12월9일 마무리되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9.3%의 매각에서는 8977억 원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에서 주당 1만3천 원 이상으로 매각가격이 결정되면서 예금보험공사는 잔여지분 5.8%를 주당 1만193원 이상으로만 처분해도 남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으로 1만3500원이다.
수협중앙회는 2023년 중에 8천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기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정부에서는 조기상환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조2500억 원이 투입돼 올해 10월까지 4조1333억 원을 회수했다.
20년 넘게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셈이지만 SGI서울보증은 비상장회사인 데다 보증보험시장에서 독점사업자로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만큼 섣부른 지분 매각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낮춰 공적자금 회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위성백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SGI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과 관련해 “SGI서울보증 민영화 계획은 보증보험시장의 개방 여부가 결정돼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SGI서울보증보험의 지분을 93.85%를 보유하고 있으며 배당금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곳은 한화생명뿐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매각에 전력을 다하고 종결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생명에 모두 3조5500억 원을 투입해 현재까지 2조5천억 원 정도를 회수했다. 남은 공적자금은 1조771억 원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은 10% 정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1만2천 원 정도는 받아야 하지만 한화생명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으로 325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정부가 2002년에 수립한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보면 예금보험공사는 2027년까지 한화생명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한화생명 주가가 1만2천 원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주가가 적어도 주당 7천 원 중반대는 넘어야 실제로 한화생명 매각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2015년과 2017년에 주당 7300~7900원 정도로 한화생명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한화생명의 주가가 7천 원대까지 오르는 일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 관련해 10월2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장기금리 상승은 한화생명에 본질적으로 유리한 환경이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부담을 낮춰주는 요인인 만큼 목표주가를 상향한다”며 한화생명 목표주가를 4200원으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