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9월7일 열린 ‘하이드로젠웨이브’ 행사에서 한 말이다.
정 회장이 말하는 ‘모든 것’은 무엇일까?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에 있다고 이야기한지는 꽤 됐다. 현대차의 모빌리티는 자동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보틱스의 세 분야를 중심으로 하니 정 회장의 ‘모든 것’도 당연히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터, 로보틱스가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동차기업인 현대차는, 어떻게 수소를 ‘모든 것’으로 확장하겠다는 걸까?
답은 바로 ‘수소연료전지’에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단순화해서 생각해보면 1990년대 중순 어린이들이 들고 놀던 미니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모터와 건전지만 있으면 잘 달리기 때문에 초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조립할 수 있었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결국 배터리랑 모터에다가 케이스를 씌워놓은 것이고, 배터리와 모터를 잘 만들어놓으면 여기다 자동차케이스를 씌우면 자동차, 배 케이스를 씌우면 선박, 드론 케이스를 씌우면 드론이 된다는 뜻이다.
배터리와 모터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모빌리티’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시장에서는 배터리를 배터리업체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아직 완전히 열리지는 않은 새로운 시장이다. 심지어 수소차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로서는 이제 곧 열릴 수소차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기술을 선점하면 자동차뿐 아니라 수소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든 모빌리티에서 성큼 앞서나갈 수 있게 된다.
정의선 회장이 말하는 ‘모든 것’이 수소연료전지와 맞닿아있는 이유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력 강화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수소연료전지는 전기를 동력으로 모터를 구동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드론, 건설기계 등에 이용이 가능하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기술은 효율 및 내구성 등의 측면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주도로 이번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 오너들이 모여 ‘코리아H2비즈니스 서밋’(수소위원회)을 보면
정의선 회장의 수소경제 구상이 어떤 식인지 알 수 있다.
수소생태계를 단순화해 보면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를 운반하는 단계, 그리고 그렇게 생산되고 운반된 수소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핵심부품을 만들어내는 단계, 그리고 그 핵심부품들을 이용해 어떤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단계가 그 것이다.
수소위원회에는 SK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효성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많은 대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이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업이 정유기업이나 에너지기업, 첫 번째 단계에 주력하는 기업들이다.
‘수소 생태계’를 제창하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가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 만드는건 책임지겠으니, 수소 공급은 다른 기업들에게 맡기겠다'고 말하는 셈이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면 현대차는 자동차기업도, 모빌리티기업도 아닌 ‘수소에너지기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정의선 회장의 말처럼 수소에너지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누구나’, ‘어디에서’ 쓸 수 있도록 현대차가 만들게 된다면 그때는 현대차는 더이상 자동차 기업이 아니라 수소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권용주 국민대학교 겸임교수에 따르면, 현대차와 함께 세계 수소차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 토요타의 연구개발담당자가 ‘토요타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수소에너지기업’이라고 말했다.
권용주 교수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현대차그룹 역시 기름에서 수소로 전환되는 시대에 에너지기업을 꿈꾸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가 자동차를 넘어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