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3D프린팅 전용 팹(제조공장)을 준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복잡한 설계를 구현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3D프린팅을 바탕으로 방위산업과 항공산업 등 정밀부품을 필요로 하는 산업을 공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3D프린팅은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층층이 쌓으면서 레이저로 용융시켜 부품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박 회장이 3D프린팅 제조기술을 통해 방위산업과 항공산업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것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일반 가공기술로는 작업하기 어려운 부품도 구현할 수 있고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부품 경량화와 제작비용 절감에도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항공과 방산분야 부품은 외산에 의존해 온 분야가 많아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국산화에 성공하면 국내 산업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4월 국산 전투기 KF-21에 3D프린팅기술로 제작한 부품을 공급하기도 하며 항공·방산사업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이 독자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한 발전용 가스터빈은 3D프린팅기술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두산중공업은 금속 3D프린터로 가스터빈 연소기를 비롯한 부품을 만들기 때문에 기계 가공품과 비교해 제조단가와 납품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전용 가스터빈과 부품 제조기술은 미국, 일본 등 극소수 국가의 기업들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 기업들은 가스터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 뒤 부품 교체 및 유지보수비용을 크게 받는 전략을 펼쳤다.
국내 발전회사들은 고가의 외국산 가스터빈부품을 사용해야 해 비용이 만만하지 않게 들어갔는데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과 부품을 직접 개발하면서 부담을 한층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대형발전용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 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가스터빈에서 쌓은 3D프린팅분야 제조역량을 더욱 키우기 위해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3D프린팅 전용 팹을 구축했다.
두산중공업의 3D프린팅 전용 팹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PBF(Powder Bed Fusion) 방식 금속용 3D 프린터도 갖춰져 있다.
PBF 방식은 금속용 3D프린팅기술 중 하나로 금속 분말소재를 얇게 수평으로 평평히 깔고 고출력의 산업용 레이저나 전자빔으로 소재를 용융시켜 쌓는 기술을 말한다.
글로벌 3D프린팅시장 분석 전문기관인 스마트테크(SmarTech Analysis)에 따르면 금속 3D프린팅산업시장은 2024년 최대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원천기술 확보만이 기업생존의 열쇠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의 정밀부품 제조역량을 키워왔다.
박 회장이 2019년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두산테크포럼에서 “성장을 위해서는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원천기술 중시를 강조했다.
이런 기술중심 경영철학은 두산중공업이 최근 겪었던 위기를 넘어오는 데도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 발전소 환경설비와 원자력발전 기자재 수주를 성사시키며 재무위기를 버텨왔다. 또한 디지털혁신을 통해 생산설비를 자동화해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투자재원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두산중공업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기술을 기반으로 발전소 조기경보나 보일러 튜브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보유한 설계·소재·제조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금속소재별 3D프린팅 공정을 자체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을 키워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산업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