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조 회장은 국내외에서 가능성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데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업 물색과 검토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 8월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벤처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뒤 인수합병시장에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에 불안이 커지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자본확충을 유도하면서 신한금융지주도 투자를 확대하는 데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연이은 자본 확충으로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속해서 축소돼 2021년 6월 기준 113.1%로 자회사에 출자가 가능한 금액이 약 4조6천억 원에 이른다. 이는 경쟁사인 KB금융지주(2조7천억 원), 하나금융지주(7천억 원)의 자회사 출자가능금액보다 많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 등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인데 낮을수록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 및 사업 다각화 여력이 높다는 뜻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 신한금융투자 자금지원 등으로 2019년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9%까지 상승했으나 유상증자, 자기주식 처분,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 유입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개선됐다”며 “신한금융의 비은행 비중 확대 의지를 고려하면 신규 자회사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는 2021년 상반기 기준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의 비중이 47%로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은행의 성장성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리딩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비은행부문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인수합병 대상으로 주목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증권사다.
조 회장은 2017년 회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보험사와 증권사를 인수합병하기 위한 의지를 공공연히 나타냈는데 2018년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올해 7월 신한생명과 합병하며 통합법인 신한라이프를 출범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 회장의 시선이 증권사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현재 신한금융투자는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외형 성장의 필요성 크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5조 원대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초대형투자은행(IB) 대열에 오르며 금융지주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과 신한금융투자의 현재 상황은 대조적이다.
인수합병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증권사는 주로 중소형증권사들로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등이 자주 거명된다.
SK증권은 최근 자사주 164억1600만 원어치 매입을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투자회사(PE) J&W파트너스가 자금회수(엑시트)를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기 전에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도 오랫동안 우리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는 등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최근 2년 동안 증시 호황으로 올해 초 DS투자증권 이후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하반기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2022년 국제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는 만큼 지금이 증권사를 매각하기 좋은 시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손해보험사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신한금융그룹은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를 두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물보험(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중심인 손해보험사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악사(AXA)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기회를 엿본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해보험은 교보생명과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프랑스 악사그룹은 가격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악사손해보험을 매각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도 인수합병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2019년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급여력(RBC)비율이 지속 개선되며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 2021년 2분기 기준 자금여력비율은 194.2%로 2020년 4분기 162.3%보다 크게 오르며 인수합병 매물로서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그룹이 만약 손해보험사까지 인수하면 은행-카드-증권-생명-손해보험-자산운용-벤처캐피털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장 매물로 나온 증권사나 손해보험사가 없어서 그렇지 초대형회사를 제외하면 어디든 인수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은 충분하다”며 “매각대상으로 나오는 곳이 있으면 관련 팀에서 바로 인수합병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