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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세계 '페이 갈등', 이재용과 정용진 자존심 싸움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3-18 14: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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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신세계 '페이 갈등', 이재용과 정용진 자존심 싸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페이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에서는 삼성페이를 이용한 결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에버랜드와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계열사 사업장에 신계계상품권은 사용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동갑내기 사촌이다. 두 그룹의 페이 갈등이 두 부회장의 자존심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신세계상품권 에버랜드에선 사용 불가

18일 재계에 따르면 호텔신라 등 삼성계열사들과 신세계의 상품권 제휴가 2일 종료됐다.

상품권 제휴가 끝난 삼성그룹 계열사는 호텔신라 외에 신라스테이,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등이다. 여기에 역시 범삼성가인 보광의 휘닉스파크도 신세계 상품권 제휴를 끊었다.

신세계 상품권을 삼성그룹 계열의 호텔, 쇼핑, 레저지설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신세계도 상품권 홈페이지와 최근 발행한 상품권 뒷면의 사용처 명단에서 삼성그룹 업장들의 이름을 삭제했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해 9월 신세계와 맺었던 임직원 쇼핑몰 운영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쇼핑몰은 신세계가 위탁받아 5년 동안 운영해 왔다. 연간 매출이 1천억원이 넘는 규모지만 삼성그룹은 신세계와 계약을 종료하고 후임사업자로 G마켓을 택했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은 최근 유통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간편결제 경쟁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위드미편의점, 조선호텔 등 모든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삼성페이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주요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와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가운데 신세계와 이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매장에서는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이 삼성페이 결제를 막고 있는 것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 확산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SSG페이지는 지난해 7월 선보인 이후 3월 현재까지 가입자가 1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모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페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루프페이 인수를 결정하는 등 모바일 간편결제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루프페이 인수는 삼성이 최근 단행한 인수합병(M&A) 사례 중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등장했는데 애플페이의 유력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페이는 범용성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간편결제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인 지난해 말 누적결제금액 2500억원, 누적 결제건수 1천만건을 돌파했다.

삼성페이는 3월 안으로 중국과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SSG페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모바일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의 최저가 판매와 대대적인 ‘쓱’마케팅도 간편결제 서비스와 온라인몰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신세계는 SSG페이 서비스를 앞으로 은행 계좌 연동서비스, 교통카드 기능, 아파트 관리비 납부서비스 등으로 확대해 나가려 한다.

◆ 삼성과 신세계의 미묘한 감정

두 그룹은 삼성이 2007년 삼성플라자와 2011년 홈플러스를 각각 매각한 뒤 겹치는 사업분야가 거의 없어 충돌할 일이 없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다.

  삼성-신세계 '페이 갈등', 이재용과 정용진 자존심 싸움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지난해 7월 벌어진 면세점 전쟁에서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시내면세점을 따냈으나 신세계그룹은 고배를 마셨다. 당시 호텔신라와 신세계그룹은 같은 뿌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세계그룹은 넉달 후인 11월 시내면세점 재도전에 나서 남대문에 면세점을 확보하면서 면세점분야에서 ‘삼성 대 신세계’의 대결 구도가 갖춰졌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면세점에 이어 이번에는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다시 맞붙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의 감정적 앙금은 4년 전부터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2012년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낸 유산분쟁 소송 당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중립을 지켰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명희 회장이 사실상 이맹희 명예회장의 편에 선 것으로 해석했다.

신세계그룹이 전국 860여 곳에 운영 중인 스타벅스 커피 매장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에 들어간 곳은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한곳 뿐일만큼 두 그룹이 냉랭하다는 말은 그동안 꾸준히 흘러나왔다.

신세계그룹 측은 두 그룹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와 에버랜드가 상품권 제휴명단에서 빠진 것은 맞지만 수수료 협상이 안 돼 계약연장을 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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