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08-26 17: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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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전청약을 민간건설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민간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내놓은 사전청약 확대방안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인센티브에 따른 실익보다 이미지 훼손과 비용 증가 등이 더 클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이 나온다.
▲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분양을 한 뒤에도 3~4년을 기다리게 되는데 사전청약을 하게 되면 7~8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 사이 토지 가격, 부동산상황 등이 변할 수 있는데 중간에 변수가 발생하거나 관련 분쟁이 생기면 관련 책임과 이미지 타격은 고스란히 건설사가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전청약에서 흥행하지 못한 지역의 당첨자들이 대거 사전청약을 포기해버리면 본청약도 흥행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건설사들이 져야하는 부담도 커진다”며 “정부가 일정 물량은 매입해준다고 하지만 가격기준이 어떻게 책정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짧은 기간에 부동산 관련 정책을 자주 바꾸고 있는 점도 적극적 참여를 꺼리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에는 후분양을 확대하고 선분양을 제한하기 위해 부실시공 건설사업자들에게는 벌점을 매겨 선분양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까지 했는데 이번에 내놓은 정책을 보면 선분양보다 더 앞선 사전청약을 하라는 것”이라며 “몇 년 사이에 정책이 급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정책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을 본청약과 별도로 시행했을 때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건설사에게는 부담이다.
이 건설업계 관계자는 “본청약과 별개로 사전청약 때도 홍보, 청약관련 인력 등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과 같이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건설사가 후분양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한국경제' 기고를 통해 “민간공급물량 사전청약 확대는 민간건설사들의 참여요인을 크게 높여야만 가능한 사안이다”며 “똑같은 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민간기업으로서는 사전청약에 참여할 요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나중에 분양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지금처럼 집값 상승 전망이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 사전청약을 통해 얻을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인센티브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사업을 많이 하는 중견건설사들은 택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정책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은 자체사업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시행사와 계약을 맺어 추진하는 사업이 많아 공공택지 확보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사전청약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민간에 매각하는 모든 공공택지는 택지공급계약 체결 이후 6개월 안에 사전청약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민간건설사가 기존에 매입한 택지에서 사전청약을 실시하면 다른 공공택지 공급 때 우선공급·가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전청약을 실시한 뒤 당첨자가 이탈해 미분양이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이 분양물량의 일부를 매입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정부는 공공택지 안에서 민간 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을 통해 사전청약 8만7천 호를 확보하고 2024년 상반기까지 모두 10만1천 호의 사전청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