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한샘, 인터파크, 다나와.
올해 들어 창업주가 경영권 매각에 나섰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경영권을 물려주기 애매한 상황이면서 코로나19로 기업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총괄프로듀서. |
13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수만 회장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78%를 놓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과 CJENM 등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다. 이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는 사업자가 사실상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이 회장은 엔터테인먼트업계 특성상 경영권 세습보다는 다른 엔터테인먼트기업에 매각하는 쪽이 SM엔터테인먼트가 지속성장하는 데 이롭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장남 이한규씨는 2016년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사내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한규씨는 현재 20대이고 경영전면에 나선 적도 없다. 2019년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이 회장이 2010년 SM엔터테인먼트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경영권 세습에 큰 관심이 없다는 뜻을 비춰왔다는 말도 나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사는 경영인보다는 프로듀서의 역량이 성공을 좌우한다”며 “증여세나 경영권 세습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논란 등을 고려하면 인수합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쪽이 좋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지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매각한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티스트들을 거느린 대형엔터테인먼트기업이다. 최근의 글로벌 K팝 열풍과 팬덤사업 플랫폼 활성화에도 수혜를 보고 있다.
2021년 1분기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154억 원을 냈는데 2020년 같은 기간보다 815.6% 급증했다. 엔씨티와 엑소, 슈퍼주니어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도 312만 장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SM엔터테인먼트 보유지분을 팔았을 때 최소 2조5천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7월 그(15.45%)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샘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 명예회장은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슬하의 1남3녀 가운데 아들이 2012년 세상을 떠났고 딸들은 기업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
이를 고려해 한샘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지분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온라인 가구플랫폼기업 오하임아이엔티 지분 36.24%를 쥐고 있다.
한샘은 코로나19 이후 실내 가구·인테리어시장이 빠르게 커진 데 따른 수혜기업으로도 꼽힌다. 조 명예회장으로서는 적절한 시기에 매각을 결심했다고 할 수 있다.
한샘은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매각가격으로 1주당 22만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주가는 13일 11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커머스업계에서도 기업 창업주들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커머스기업 창업주들은 비교적 젊은 만큼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들은 경영권 매각을 발판 삼아 신사업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1963년)은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의 보유지분 27.71%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인터파크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바이오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현 다나와 이사회 의장(1961년 출생)도 최근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운영사 다나와의 보유지분(30.05%)과 특수관계인 지분(전체 21.4%) 전량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