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MNO(이동통신)사업 대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구독경제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유 대표는 SK텔레콤 인적분할 뒤 유·무선 통신사업을 담당할 존속법인 대표에 내정됐다. 비통신성장사업들을 신설법인에 넘겨주는 만큼 이미 국민 보급률이 100%에 이르는 통신서비스 외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과제가 무겁다.
11일 통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 가운데 구독서비스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조만간 T멤버십 플랫폼과 연동한 새로운 통합형 구독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9월 출시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유 대표는 미디어, 커머스 등 이미 구독서비스가 활성화된 영역 외에도 교육, 렌털, 식품, 모빌리티, 배송 등 다양한 산업분야와 제휴로 수백 개의 구독상품을 소비자들이 각자 필요와 취향에 따라 골라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모바일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제휴사 서비스를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구독서비스를 통신사업회사의 주력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구독서비스가 앞으로 SK텔레콤 통신사업회사의 핵심이 될 것이다”며 “기존 미디어, 게임에 더해 보험, 렌털, 교육 등 다양한 구독상품을 만들고 구독 패키지를 출시해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전략과 매출목표 등도 구체화해 발표했다.
유 대표는 6월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CEO세미나에서 “새 구독서비스사업은 통신에서 구축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하되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과금체계 등도 통신과 철저히 분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독서비스를 놓고 기존 통신가입자를 붙잡아 두는 멤버십 부가서비스가 아닌 SK텔레콤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줄 동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구독서비스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구축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자 4차산업혁명시대 모든 산업영역 사업 경쟁력을 위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용자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음악서비스 플랫폼 플로, 모빌리티 플랫폼 티맵를 비롯해 SK매직과 렌터카 등 구독서비스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들도 많다.
구독서비스는 전체 인구의 30%를 넘게 차지하며 경제활동의 주축인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20대에서 30대까지 고객은 생산과 소비의 중심이자 시장의 변화를 이끈다.
기업이 현재와 미래 사업성장을 위해 붙잡아야 할 주력 고객층이라고 볼 수 있다.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고 이전 세대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관심이 높아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또 각자 취향과 개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와 기술이든 유행이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익숙하다.
구독서비스는 이런 MZ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구독경제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천억 원에서 2020년 40조1천억 원으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국내 구독경제시장은 100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구독경제시장 규모도 2020년 1368조 원에서 2025년에는 3천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고 5G시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업 자체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2020년 실적을 봐도 이동통신부문은 한 해 매출 성장률이 2.8%로 미디어(17.2%), 보안(12.2%), 커머스(12.1%)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여주는 비통신사업과 비교된다.
유 대표가 맡게 될 통신사업회사는 현재 SK텔레콤 안에 있는 이런 비통신성장사업들을 모두 신설회사에 넘기고 유·무선통신서비스가 주력이 되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사업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다.
SK텔레콤 통신사업은 전체 매출의 63% 수준을 담당하고 있는 데도 증권업계 등에서 그 가치가 10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텔레콤 시가총액이 21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거둬들이는 매출의 가치도 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도 SK텔레콤 분할과 관련해 통신사업회사는 단기적으로 구독서비스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한 경영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최근 이동통신사업에서 구독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기존 멤버십서비스를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독서비스가 고객들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되면 더욱 견고한 사업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불편하다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유 대표는 구독서비스사업에서 야심찬 목표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구독서비스를 통해 현재 이동통신사업으로 확보하고 있는 2500만 고객, 통신요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5천 만 국민으로 SK텔레콤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구독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해 2025년에는 구독서비스 가입자 3600만 명을 확보하고 총상품 판매량(GMV)는 8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전방위 제휴로 가장 많은 구독상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구독서비스 전문 매장 1천 개, 전문 컨설턴트 1천 명, 상담과 사후관리를 위한 컨택센터 전문인력 1만 명을 갖추겠다는 전략도 마련해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1. 삼성전자 LG전자 가전
2. SK텔레콤
3. 메르세데스-벤츠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