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선 HGI 이사회 의장(왼쪽)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HGI 이사회 의장이 현대해상 주식 보유를 늘리면서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정 의장은 루트임팩트와 HGI를 설립하며 소셜벤처 투자자로서 독자적 행보를 걷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경선 의장이 현대해상에 합류해 3세경영을 준비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 범현대가 3세들이 경영일선에 나선 것과 달리 정 의장은 아직 현대해상에 입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 의장은 2006년 현대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린 뒤 해마다 1만~2만 주씩 주식을 사들였는데 최근 매수량을 늘리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 의장은 2018년 4만 주, 2020년 8만3500주를 매입했다. 올해에는 5만 주를 사들여 정 의장이 보유한 현대해상 지분은 40만6600주(0.45%)로 늘었다.
정 의장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 원대 대출을 받은 점도 정 의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까워졌다는 시선을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재벌3세들은 부모로부터 주식이나 현금을 증여받거나 이미 보유한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수입과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분을 늘린다.
정 의장은 지난해부터 본인 주식과
정몽윤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2월 정 회장의 주식 131만7900주를 담보로 107억7300만 원을 대출받고 본인 주식 27만3100주를 담보로 22억3200만 원을 빌렸다.
올해 2월에는 정 회장 주식 107만6500주를 담보로 74억2400만 원을, 본인 주식 8만3500주를 담보로 5억76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3월에도 정 회장 주식 21만5300주를 담보로 18억5600만 원을, 정 의장의 주식 1만6700주를 담보로 1억44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정 의장이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활용해 현대해상 주식을 사고 나중에 증여까지 받게 된다면 보유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정 의장이 이처럼 지분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직접 현대해상 경영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몽윤 회장은 올해 67세로 젊은 편이지만 경영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다. 2016년부터 2명의 각자대표를 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2019년까지 이철영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이 현대해상을 이끌었으며 지난해부터는
조용일 사장과 이성재 부사장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오너2~3세 경영인이 많지 않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오너3세로서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너2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사장이 오너경영인으로 꼽힌다.
신창재 회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지만 나이가 어린 데다 교보생명 지분도 들고 있지 않은 만큼 경영승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해상은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그룹과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그룹의 기업보험을 다루면서 현대해상이 주관사로서 일정부분을 맡은 뒤 나머지를 다른 보험사들과 나누고 있다. 현대해상 임직원들이 현대차를 구입하거나 현대백화점 등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혜택도 주어진다.
현대해상은 올해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대기업집단에 올랐다. 단일손해보험사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도 처음이다.
범현대가에선 현대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HDC그룹에 이어 다섯 번째로 대기업집단이 됐다.
정 의장이 현대해상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면 범현대가 3세경영 세대교체와 맞물려 사업 확대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범현대가는 아버지 시대인 '몽'자 항렬에서
정의선 회장,
정지선 회장,
정기선 회장 등 '선'자로 끝나는 3세들의 경영체제로 이미 넘어온 곳이 많다.
정 의장은 1986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정 의장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2012년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재단, 소셜벤처 등을 돕는 루프임팩트를 설립했다.
2014년에는 임팩트 투자사인 HGI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HGI 대표에서 사임한 뒤 HGI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쳐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1 롯데
2 금호석유화학
3 DB그룹
4. 신한금융 우리금융
5. 하나카드, KDB생명, 우리금융캐피탈
6. 하나금융투자
7. 셀트리온
8. 중흥건설그룹
9. 현대해상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