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예비후보들이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두고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문재인 정부 계승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이재명 지사는 '더 유능한 정부'를 내세우며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와 이 지사를 추격하는 2위 이 전 대표의 태도에 온도차가 두드러진다.
이 전 대표는 5일 대선출마 영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우리 민주당의 대통령 3분을 모셨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제게 학교였다”며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되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선진국 정상들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한 사실도 들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면모를 내세웠다.
이 전 대표의 이런 모습은 '민주당 적통'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우회적으로 이 지사의 비주류성을 부각하는 효과도 있다.
그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성장했다”며 “국민들이 '누가 조금 더 멀겠다', '누가 좀 더 가깝겠다' 하는 판단은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는 1일 대선출마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함께 계승하겠다고 했다. '더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치겠다”며 “더 유능한 4기 민주당 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 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른 후보들에 큰 격차로 앞서고 있어 본선 준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거의 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본선 경쟁력이 결국 경선의 승리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날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민주당 지지층에 한정해 민주당 다음 대통령선거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지사가 50.3%의 지지로 이 전 대표(30.5%)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공과 계승'은 중도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여당 지지층만으로는 본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일반으로 분석이다. 중도층의 불만을 끌어안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6월24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합동 전국지표조사(NBS)를 살펴보면 내년 대선에 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정권 심판론'이 47%, '국정 안정론'이 41%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이재명 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계승에 확실히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광재 의원과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정권 재창출 필승을 위해 힘을 하나로 합치기로 결정했다”며 “이날의 필승 연대는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의 계승, 4기 민주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미래, 경제 창달을 위한 혁신 연대”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계승한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대선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한 사실을 앞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 탄생을 상징하는 '촛불'을 16차례나 언급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촛불광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출마선언 장소였던 파주와 관련해 "4년 전 문 대통령과 동행한 곳이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문재인케어를 계승하겠다"며 국민주치의제 실시와 간병보험 확대를 내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심판론과 국정안정론이 팽팽하긴 하지만 아직 대선 경선 국면인 만큼 후보들이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원팀이라는 기조를 깨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각자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