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1-07-08 14: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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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 2조 원 이상을 내며 이익체력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부진을 딛고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8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올해 '샤힌(Shaheen)' 프로젝트로 불리는 2차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상세설계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샤힌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매년 18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분해설비(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 하류(다운스트림)시설(ODC)을 건설하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018년까지 진행된 1차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투입된 4조8천억 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현재 기본설계를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상세설계에 들어가는 등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미 경제성 평가 등 내부 투자타당성 검토를 마쳤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지연돼왔다.
에쓰오일은 내년 하반기에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로부터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을 받은 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으로 현재 12%에서 25%까지 확대하게 된다.
알 카타니 CEO가 이번 2차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며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알 카타니 CEO는 7일 발간한 '2020 에쓰오일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지난해 코로나19가 촉발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화학기업'이라는 비전에 따라 석유화학 비중 확대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사업은 정유사업보다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적어 수익창출을 안정화할 수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로 생산하는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에 소재로 사용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에틸렌 생산시설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에틸렌의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유사업보다 변동성이 적은 안정적 사업이라는 시선이 많다.
알 카타니 CEO는 2019년 6월 취임한 뒤 2년 동안 에쓰오일을 이끌어 왔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석유화학사업 확대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셈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991억 원을 거뒀다. 여기에는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부진이 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 1조7041억 원을 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유제품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재고 평가손실이 겹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정유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국제유가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알 카타니 CEO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2024년 3월까지 임기를 연장하면서 석유화학사업 확대의 기반을 갖추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호적 경영환경도 마련된 것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1분기 영업이익 6292억 원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4천억 원)를 뛰어넘는 영업이익 5천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증권사는 에쓰오일이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 올해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잃었던 이익을 크게 만회하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유가는 5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7.16달러로 201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수준인 4~5달러와 비교하면 아직 회복이 더디지만 최근 반등의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7월 첫째 주 3달러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6월 마지막 주 정제마진이 1달러대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에쓰오일 하반기 실적을 두고 긍정적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 실적 반등은 현재까지는 정제마진 회복이 아닌 유가 상승에 기인했다"며 "석유수요의 개선 자체는 분명하기 때문에 하반기 정제마진 상승을 통한 추가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