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심리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수출이 부진에 빠져있고 가계부채도 1200조 원을 넘어선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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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지난해 6월과 같은 98로 떨어졌다. <뉴시스> |
25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6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9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6월과 같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인 100보다 크면 소비자들이 경제를 낙관적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105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은 설날 연휴를 끼고 있었는데도 소비심리 하락을 겪었다.
한국은행에서 매달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설날을 낀 달의 소비심리가 떨어진 것은 2010~2012년뿐이다. 2013년부터는 설날을 낀 달의 소비심리가 매번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하위 지수들 가운데 경기에 관련된 지수들의 하락폭이 컸다.
가계의 현재경기판단지수는 1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65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6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6개월을 대상으로 한 경기전망지수도 1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5에 그쳤다. 2009년 3월 64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성제 한국은행 통계조사팀 과장은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고 중국 등 신흥국가의 성장세가 둔화된 점이 반영됐다”며 “북한의 위성 발사에 따른 개성공단 운영 중단도 소비자들의 경기인식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가계부채 역시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1207조 원을 돌파했다. 2014년보다 121조7천억 원이나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를 인하한 것도 올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지난해에 소비세 인하를 적용받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을 사들였기 때문에 올해 관련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2월 소비지출전망은 1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105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을 포함한 내구재 지출전망이 1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92를 기록했다.
2월 금리수준전망은 1월보다 16포인트 떨어진 102로 급락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월 물가수준 전망은 1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132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은 102, 임금수준전망은 112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