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딧은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에 관해 가장 독보적이고 확실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는 2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서면 인터뷰에서 개인신용 중금리대출 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금융업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변경돼 제도권에 편입됐다. 세계 최초 사례이자 국내에서 17년 만에 제정된 신금융산업이다.
금융당국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 개인신용 중금리대출 확대를 통한 금리단층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렌딧은 P2P금융업계가 외형 성장을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등으로 눈을 돌릴 때도 우직하게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에만 집중했다.
렌딧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1호를 넘어 중금리대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 렌딧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1호 기업으로 등록됐다. P2P금융업계 대표기업으로 제도권 편입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감은?
"우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번호 2021-1호 기업이 되었다는 점에 큰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2015년 3월 렌딧을 설립할 때부터 이 산업은 기술과 금융이 융합된 완전히 새로운 금융산업이기 때문에 기술 기반 금융산업이라는 본질을 잘 짚어내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강력하게 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제정되기까지 개인신용 중금리대출 1위 기업으로서 ‘마켓플레이스 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아 업계를 대변해 국회와 정부, 여러 산업 관련 협회 등을 만나 P2P금융 법제화에 관해 공감대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약 6년에 걸쳐 우리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침내 이뤄냈다는 점에서 말할 수 없이 큰 보람을 느낀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각계 각층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 글로벌 P2P금융시장과 국내시장을 비교한다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제정으로 마침내 국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시장도 글로벌 트렌드와 발맞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P2P금융은 기술 기반으로 중금리대출을 혁신하기 위해 성장해 온 새로운 금융산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산하의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연구소(CCAF)’가 2020년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P2P금융에서 개인신용대출이 전체의 67.4%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는 23.3%의 법인대출이며 부동산대출은 5.6%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는 이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다. 2019년 11월에 금융위원회가 배포했던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P2P금융산업은 중금리대출 활성화와는 상관이 없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부동산 담보대출, 동산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술 기반의 신용평가모형 개발보다는 자산에 관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더욱 중요한 분야들이다.
P2P금융업계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개인신용대출보다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던 부동산대출 등에 많이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변하면서 기존 P2P금융과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
"기존에 명확하지 않았던 산업의 지위가 명확해진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새로운 제도권 금융이 탄생했다는 점은 국내 금융산업 역사에서 기념할만 한 일이다.
기존과 달리 앞으로 렌딧 대출은 대부업 대출이 아니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대출로 투자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투자가 된다.
새로운 금융산업에 딱 맞춤옷 같은 법이 제정됨으로써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소비자들에 관한 보호도 그만큼 강력해진다.
특히 온라인투자연계금융기업이 파산 또는 영업정지 등이 되더라도 연계대출채권은 완전히 회사 자산과 절연돼 보호된다. 대출자의 상환금과 투자자의 투자금 등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소비자자산과 기업자산 역시 분리돼 보관되야 한다.
기존에 신용에 맞는 정교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해 고금리대출을 받은 대출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이런 중신용자들이 본인에게 맞는 합리적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는 포용적 금융 혜택이 증가할 것이다."
- 렌딧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통해 지향하는 목표는? 앞으로도 개인신용대출에만 집중하는지?
렌딧은 2015년 3월 창업 이후 하나의 큰 방향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핵심은 첫째 기술 기반의 금융, 둘째 100% 비대면 금융서비스, 셋째 모든 대출자는 각자의 신용에 따라 개인화된 적정 금리를 산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렌딧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비스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렌딧 원리금 분할지급시스템을 들 수 있다. 대출자가 매달 입금하는 대출상환금을 해당 원리금 수취권에 투자한 평균 1천 명, 최대 7천 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투자금에 따라 원리금을 입금해주는 시스템이다.
대규모의 대출자와 투자자 사이에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의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력 및 비용 측면에서 혁신을 만들겠다. 신용평가모형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출자산을 다각화 할 수도 있지만 개인신용대출에서도 여전히 혁신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 당분간은 계속 개인신용 중금리대출 분야에 관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
-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중금리대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렌딧의 강점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은 중금리대출을 자발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탄생한 최초의 금융산업이다.
중금리대출을 위한 자금을 각자의 플랫폼을 통해 모집하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이 점이 다른 금융업계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렌딧이 6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특히 대출을 집행하고 운영하며 축적한 대출자 상환데이터는 렌딧이 보유한 가장 큰 차별성이다. 상환데이터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큰 규모의 대출을 집행할 수 있어도 상환 데이터는 단기간에 축적할 수 없다. 중금리대출을 운영하며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훨씬 정교한 중금리대출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중금리대출은 매우 큰 범위를 지닌 대출분야다. 3~4% 대의 은행 대출과 약 20% 안팎의 제2금융권 대출 사이에 넓은 구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금리대출 구간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권이 활성화 시키지 못했던 구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은 정교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해 본인의 신용과 동떨어진 고금리대출을 받아야 했던 중신용자들에게 적정금리를 찾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머신러닝 등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공을 들이는 것 같던데 앞으로 계획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은 만큼 올해는 우수한 개발 인력을 충원해 중금리대출에 관한 기술 개발 최강자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가겠다.
최근 렌딧 개발팀이 팀 스스로 이름을 테크핀 개발그룹으로 바꾼 것도 이런 회사의 목표와 방향성에 관한 공감대가 내재화된 것으로 생각한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와 관련해서는 매일 매일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부동산 정보, 통신 정보, 소비활동 데이터 등의 대안 정보를 대안신용평가모형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진만큼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겠다."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 돌아와 렌딧을 설립하게 된 이유는?
2011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의 사업자금이 필요해 2014년 12월에 한국에 잠깐 들어와 대출을 시도했을 때 높은 금리절벽을 체험한 경험이 렌딧을 창업하게 된 계기다.
당시 3천만 원의 자금을 대출하고자 했는데 은행에 가니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로 대출을 받을 수 없었고 저축은행에 가니 1500만 원 한도에 22%나 되는 고금리를 내라고 했다.
마침 미국에서 P2P금융기업인 렌딩클럽이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뉴스를 접해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도해 봤는데 3천만 원 대출이 가능하고 7.8%의 이자를 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술 기반의 새로운 대출산업인 P2P금융을 알게 된 후 바로 미국에 돌아가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 렌딧을 창업했다."
- CEO로서 렌딧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점도 있었는지?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제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2019년이다.
그해 2월 초에 금융위원장이 조속히 P2P금융 법제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정부도 업계도 법제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시 국회가 내부의 문제들로 파행되며 회의를 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회가 열리지 않아 기약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 마지막으로 평소에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100-1=0 이라는 내용을 가장 강조한다.
렌딧에는 ‘현실왜곡장 생활가이드'라고 부르는 렌딧 문화 정의서가 있다. 여기에는 개인의 업무방식과 협업 방식, 함께 생활하기에 관해 정리한 14가지 항목이 규정돼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내용이 ‘100-1=0’ 이다.
100-1=0 에는 2가지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첫 번째는 기술 기반 금융회사로서 고객의 자금을 다루는 회사인만큼 매사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아무리 100가지를 잘했더라도 한 번의 잘못이나 판단이 하루 아침에 회사의 신뢰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순간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하거나 의도치 않았지만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열린 토론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늘 강조하고 있다. 만일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그 결정을 경영진이 내리더라도 누구든지 손을 들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문화가 강력하게 만들어질 때 렌딧이 투명하고 건전한 금융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김성준 대표이사는 1985년 태어나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올라웍스, 1/2프로젝트, 스타일세즈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도전했다가 2015년 렌딧을 설립했다.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법정협회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3기 위원 등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