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까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Hana Indonesia) 홈페이지에 노출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인도네시아법인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최고경영자(CEO) 인사말 페이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 |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반등을 바라본다. 디지털뱅크와 외부협력 등을 앞세우고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사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박 행장도 인도네시아 법인에 근무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잘 안다.
4일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Hana Indonesia)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까지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인도네시아 법인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최고경영자(CEO) 인사말 페이지가 남아있었다.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박 행장은 “인도네시아는 큰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며 “하나은행을 향한 지지와 신뢰에 감사드리며 아직 부족하지만 손님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계속 발전해가겠다”고 말했다.
박 행장이 인도네시아 법인을 떠난 지 이미 1년 가까이 흘렀다. 하나은행장이 된 후에도 인도네시아 법인을 향한 관심과 의지는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났는데 KB·신한·우리·NH·DGB 등은 모두 지주회장이 참석했으나 하나금융만 박 행장이 참석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1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순이익 71억 원을 거두며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4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순이익이 17억 원에서 61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을 놓고 지난해 발생한 비경상적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분기 순이익은 2019년(84억 원), 2018년(159억 원) 1분기와 비교해도 적다. 외환은행 현지법인과 합병이 이뤄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하나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중국 법인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해외수익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박 행장에게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증가가 절실하다.
인도네시아 현지 경제상황은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2020년 2% 역성장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도 –0.74%에 그쳤으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분기에 7% 이상, 3분기에도 5.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행장이 인도네시아 법인장 시절 공들였던 디지털은행도 문을 연다. 라인과 공동설립한 라인뱅크바이하나은행(Line Bank by Hana Bank)이 10일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사전가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은 하나은행 대신 라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월간이용자 1500만 명을 확보한 라인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하려는 의도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QR코드 기반 표준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인도네시아 전자지갑 등 디지털플랫폼 규모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해 902억8천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디지털은행의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15세 이상 인구의 49%만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기기 사용에 능숙한 1980년대 이후 출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인도네시아 결제시스템 청사진 2025’을 제시하면서 디지털뱅킹 전환 지원, 은행과 핀테크 상호협력 지원 등의 계획을 밝혔다. 라인뱅크 성장을 향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여기에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협력성과도 인도네시아에서 구체화된다. 7월부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SAMI)의 펀드 판매가 시작된다.
두 금융그룹이 2020년 5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1년여 만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협력성과가 더디게 나오고 있지만 현재 최종 판매조건을 협의하고 있어 곧 펀드 판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 법인을 인수한 뒤 자리를 잡아가던 초기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네시아법인 부행장으로 몸담았다. 철저한 현지화와 체계적 시스템을 다지면서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맡았다. 직전까지 하나금융그룹 정보기술(IT)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디지털은행 구축과제를 수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