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동조합은 1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 현대제철이 살인자다”며 “현대제철 사업주를 즉각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제철은 위험설비 주변 울타리 설치, 위험 발생시 설비 작동중단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이 수차례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대제철은 생산과 이윤에 눈이 멀어 또 한 노동자를 죽였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는 8일 밤 설비점검 중에 대형 슬래브를 옮기는 장비에 머리가 끼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경찰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고원인을 놓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사고를 산업안전 조치 미흡에 따른 명백한 인재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이번 사고까지 6년 연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등 국내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회에서도 이번 사고를 주시하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제철은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현대제철은 안전시스템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며 국회 역시 이를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 사장이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제철은 매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으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올해 국감에서도 따져 묻겠다”며 “현대제철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처벌 강도를 높이는 법으로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해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올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 이후 2월 이례적으로 산업재해 청문회를 여는 등 기업의 산업안전을 향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사장 역시 2월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이 검토됐으나 최종 명단에는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연이은 노동자 사망사고로 ESG(환경 사회 지배가치) 관련 등급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안 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매년 주요 상장사들의 ESG등급을 발표하는데 인명사고는 등급 하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1월 현대차그룹 제조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5천억 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경영에 힘주고 있는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등급 하향은 ESG 채권 발행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안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한 부담이 커 보인다.
▲ 8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당진 공장 1열연공장 가열로 3호기 하부 설비.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동자는 작업중 왼쪽 기둥(고정빔)과 오른쪽 가로로 설치돼 있는 워킹빔 사이에 머리가 끼어 사망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그룹은 올해 시작과 동시에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면서 산업안전이 내부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애초 계획했던 신년행사를 취소하고 신년사 첫 머리에 사과문과 함께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담는 등 산업안전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가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위아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