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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퀘스트2 내돈내산 체험기, SK텔레콤 메타버스 과연 열어줄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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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퀘스트2 내돈내산 체험기, SK텔레콤 메타버스 과연 열어줄까
▲ 핸드트래킹 기능을 이용해 오큘러스퀘스트2를 조작하는 모습. <앤드류 보스워스 페이스북 리얼리티랩스 최고책임자 부사장 트위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흐름에 세계의 IT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메타버스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통신사라는 장점을 살려 5G통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상현실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가상현실서비스를 즐기는 데 가장 큰 제약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상현실기기(HMD) 보급률이다.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스팀 전체 이용자 가운데 가상현실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는 2.3%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이 페이스북과 제휴해 페이스북의 최신형 가상현실기기인 오큘러스퀘스트2를 국내에 들여온 것도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큘러스퀘스트2는 정말로 소비자들의 가상현실기기 보급률을 늘리고 SK텔레콤이 메타버스시장을 선점하는 데 한 날개를 담당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오큘러스퀘스트2를 직접 구입해 체험해봤다.

◆ 전작보다 진일보한 편리함, 핸드트래킹으로 아이언맨이 되다

오큘러스퀘스트2를 착용했을 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가벼움이었다. 전작인 오큘러스퀘스트보다 100g이 가벼워졌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KT가 내놓은 가상현실기기 ‘슈퍼VR’보다는 조금 무거웠지만, 슈퍼VR과 오큘러스퀘스트2의 하드웨어 성능 차이를 살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수준의 무게였다. 

다만 전작보다 가벼워진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시간 이용은 힘들었다. 약 두 시간 정도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확실히 목에 조금 무리가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상현실 화면 조작 역시 매우 편리했다. 컨트롤러의 그립감은 평범했지만 주로 트리거(방아쇠) 버튼 한두 개로 대부분의 조작을 해결해야 하는 대부분의 독립형 가상현실기기와 달리 오큘러스퀘스트2는 컨트롤러에 달려 있는 여러 버튼을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기능은 바로 핸드트래킹 기능이다. 핸드트래킹이란 컨트롤러 없이도 사용자 손의 움직임을 추적해 화면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뜻한다. 

오큘러스퀘스트2의 핸드트래킹 기능을 사용하자 화면에 기자의 손이 나타났다. 화면에 나타난 손은 실제 기자의 손과 똑같이 움직였다. 단순히 손의 이동만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을 쥐어도, 손가락을 하나만 펴도 이를 모두 감지하고 화면에 표시해줬다.

컨트롤러를 손에 쥘 필요가 없어지면서 손이 편해진 것에 더해 심리적 만족도도 높아졌다. 핸드트래킹 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조작하자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떠 있는 화면을 손으로 조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 에어링크 기능, 독립형 가상현실기기의 ‘콘텐츠 부족’ 해결하다

오큘러스퀘스트2나 KT의 슈퍼VR같은 독립형 가상현실기기의 고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는 콘텐츠 부족이다.

고화질의 가상현실 영상은 영상 하나하나의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독립형 가상현실기기에 영상파일을 집어넣기에는 제약이 많다. 게임 역시 PC와 가상현실기기의 하드웨어 성능 차이 때문에 PC용 가상현실 게임과 독립형 가상현실긱기용 가상현실 게임의 질적 차이를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오큘러스퀘스트2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자유로운 무선 PC 연결기능(에어링크)은 가상현실기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확장성을 매우 높여 준다. 

실제로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으로 스팀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의 24.25%가 오큘러스퀘스트2를 활용하고 있다. 

에어링크 기능을 통해 오큘러스퀘스트2와 PC를 무선으로 연결하자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눈앞에 기자의 개인 PC화면이 펼쳐졌다. PC에서 ‘노맨즈스카이’라는 이름의 가상현실게임을 선택해 실행시키자 PC화면이 사라지고 게임의 무대인 우주공간이 가상현실로 펼쳐졌다. 

게임뿐 아니라 용량이 너무 커서 오큘러스퀘스트2로 전송하지 못하고 PC에 저장해놓은 가상현실 전용 영상 역시 에어링크를 활용해 부드럽게 재생이 가능했다. 고화질의 가상현실 전용 영상을 가상현실 전용 미디어플레이어로 실행시키자 새하얀 북극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큘러스퀘스트2 내돈내산 체험기, SK텔레콤 메타버스 과연 열어줄까
▲ 메타버스 플랫폼 'VR챗'에 모여 모임을 하는 모습. < VR챗 공식 홍보영상 갈무리 >
◆ 세계가 모여 즐기는 메타버스 플랫폼, 주요 소통창구가 되기에는 부족함 많다

가상현실 영상을 통해 10여 분 정도를 북극에서 보내다가 다음으로 선택한 가상현실 콘텐츠는 바로 메타버스였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은 현재 오큘러스퀘스트2에서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에어링크 기능을 이용하면 PC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오큘러스퀘스트2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선택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VR챗’이었다. 에어링크 기능을 통해 PC와 오큘러스퀘스트2를 연결하고 VR챗을 실행시키니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VR챗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바타를 생성하고 방을 선택해 입장하니 이미 여러 나라의 수많은 사람이 이곳저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선택한 방은 체육관이었는데 한 쪽에서는 서로 농구공을 던지고 받으며 놀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기자가 농구공으로 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자 그 가운데 한명이 농구공을 기자에게 던져줬다. 하지만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 농구공을 받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농구공을 겨우 달려가서 주운 뒤 다시 던져주자 농구공을 다시 받은 사람이 기자에게 엄지를 세워 보여주고는 기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었다. 마이크도 없었던 기자는 똑같이 엄지를 세워 보여준 뒤 그들을 뒤로 하고 게임방에 입장했다.

처음으로 접해보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하나하나가 매우 새로운 자극이었다.

게임방에서는 토론을 통해 배신자를 찾는 게임인 ‘어몽 어스’를 개성 넘치는 아바타들이 모여 즐기고 있었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아바타가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대화를 즐기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지나가던 기자를 불러 세워 그가 착용하고 있던 사탕모양 머리띠를 건네주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활용한 메타버스가 아직 주요 소통채널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이 보였다. 가상공간을 꾸미고 있는 소품들은 많았지만 소품들의 활용도는 매우 한정돼 있었다. 아바타들이 움직일 때나 소품을 조작할 때도 현실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음성이 끊기거나 아바타가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 가성비 제품임에도 여전히 비싸고 무겁다, 가상현실은 대중화가 가능할까

오큘러스퀘스트2를 개발한 곳이 미국 기업인 페이스북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서양인의 얼굴 형태에 맞춰 개발된 탓인지 코 아래쪽이 완전 밀착되지 않아 빛이 새어들어오면서 몰입감을 해치는 일이 잦았다. 이마 부분과 뒤통수 부분의 무게중심이 잘 맞지 않아 가상현실기기가 계속해서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불편함도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큘러스퀘스트2에 부착하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오큘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배송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개인통관부호를 입력해야하는 등 구매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SK텔레콤이 오큘러스퀘스트2 본체만 판매하고 기타 액세서리는 따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오큘러스퀘스트2에 ‘최강의 가성비 가상현실기기’라는 별명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41만4천 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가상현실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가상현실기기와 비교해 많이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장시간 착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무게 역시 가상현실 콘텐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오큘러스퀘스트2는 기존에 출시됐었던 가상현실기기와 비교해 매우 간편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기기”라며 “오큘러스퀘스트2가 특히 저조한 국내 가상현실기기 보급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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