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만료일이 가까워지면서 후임자로 오를 인물과 관련해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관료출신이나 정치인을 금감원장에 앉히면 여론이 크게 악화할 수 있어 윤 원장과 같은 민간출신을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왼쪽)과 정재욱 전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 |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이 취임한 지 3년이 되는 5월7일로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된다.
서울과 부산광역시 재보궐선거가 끝나는 대로 인선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번 금감원장은 윤 원장처럼 민간출신의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연관이 깊은 관료출신이 충분한 검증없이 금감원장에 오른다면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붙어 정치적 공세와 여론 악화 등에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초대 금감원장으로 김조원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내정했는데 낙하산인사 논란이 벌어지자 민간출신인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선임한 사례가 있다.
현재 관료출신 금감원장후보에 거론되는 인물은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력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이다.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사태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규제 강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적절한 대출 및 땅투기 의혹 등으로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한 상태다.
금감원 등 감독당국이 이런 사태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금융회사를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면서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말도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를 빌미로 규제 강화를 꺼내들어 금융회사들에 정부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원 출연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도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금감원장에는 관료출신보다 더 뚜렷한 중립성을 갖출 수 있고 금융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부원장과
정재욱 전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다음 금감원장에 민간출신 후보로서 가장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돌고 있다.
김 부원장은 1965년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일하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과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와 제재심의위는 최근 금융회사들의 사모펀드 손실사태 관련한 소비자 피해보상과 금융회사 및 CEO 제재를 담당하며 금감원의 사후대책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받는 김 부원장이 첫 여성 금감원장에 오른다면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금융위가 김 부원장을 임명하며 금융당국에서 원활한 업무조율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던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정재욱 전 사장은 1961년생으로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일하며 KB손해보험 전신인 LIG손해보험, 하나HSBC생명보험 등의 사외이사를 맡아 금융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3월까지 KDB생명 대표로 일했던 만큼 금융업계 현안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어 금융감독업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여러 금융회사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같은 시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손발을 맞춘 적도 있다.
다만 윤 원장도 학자출신으로 원칙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인물이 후임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금융권과 금감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4. 7보궐선거 뒤
문재인 정부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교체를 포함한 내각개편을 추진할 가능성도 민간출신 금감원장 임명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원장이 새 인물로 교체된다면 산하기관인 금감원장에 관료출신을 선임할 때 정부가 서열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런 문제에서 벗어난 민간출신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금감원장은 취임 뒤 사모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한 금융회사 제재심의위 절차 및 분쟁조정,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순조로운 안착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