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영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가 31일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제2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현황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
“2022년 10월31일까지 엔젠시스 임상에 성공하겠다. 혹은 이때까지 주가를 10만 원으로 올려놓겠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이루지 못하면 내가 보유한 모든 헬릭스미스 주식을 회사에 출연하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는 31일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제25기 정기주주 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선영 대표는 그가 지닌 모든 것을 던져 진정성을 보이겠다면서 “4월 중으로 이 각오가 법적 효력을 갖도록 조치를 취한 뒤 공식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성공에 강한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는 헬릭스미스에서 김 대표, 유승신 각자대표이사, 서제희 경영지원실장, 이정환 경영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헬릭스미스는 호텔 내 장소에 관한 방역수칙 기준을 들어 주주총회 입장 인원을 99명으로 제한했다.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 만난 한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
김선영 대표를 포함한 현경영진을 회사에서 몰아낸 뒤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일했던 몇몇 전현직 임원과 접촉하고 있으며 전략적 투자자(SI)도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9시에 개회되기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주주명부 확인으로 지연됐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출한 주주 권한 행사에 관한 위임장이 약 3800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30분 가량이 지연되었음에도 확인이 늦어지자
김선영 대표는 당초 주주총회를 마치고 하기로 한 헬릭스미스의 신약 후보물질 연구개발(R&D) 현황보고 및 주주와의 질의답변을 먼저 진행했다.
김선영 대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을 대상으로 하는 엔젠시스 임상3-2상은 이날까지 환자 9명에 투약을 완료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임상병원이 폐쇄되거나 환자모집에 어려음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진행했던 임상3-1상과 비슷한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대표는 “임상3-3상 시험계획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미 승인받았다”면서 “임상3-2상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인 환자 60명 투약시점에 맞춰 임상3-3상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이외에 진행하고 있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ALS), 임상2a상,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임상1/2a상은 각각 18명, 12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많은 비용도 소요되지 않는다는 전망도 내놨다.
김선영 대표는 이날 "엔젠시스는 내 인격의 완성체"라고도 말하며 엔젠시스의 성공적 임상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답변에서는
김선영 대표를 향해 주주들의 매서운 질문이 이어졌다.
헬릭스미스의 어려운 재무상황에도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법인카드를 지원받는다는 의혹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김선영 대표는 “연봉 4억 원은 사실이 아니며 몇십 퍼센트 삭감했다”며 “월 4억 원 한도의 법인카드 사용도 사실이 아니며 120명 전체 직원이 2020년 한해 동안 사용한 것이 모두 5억1천만 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한 개인주주는 “회사의 소통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지난해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3개월에 1번씩 주주간담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켜진 게 있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개인주주는 “주주들의 피같은 돈으로 사모펀드에 2500억 원을 투자해 270억 원의 손실을 냈는데 이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
김선영 대표는 ‘자신은 몰랐다.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만 하는데 이걸로 끝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헬릭스미스는 주주와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설명(IR)을 담당하는 인력을 3명까지 늘렸고 유튜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 주주가 바라는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내비쳤다.
유승신 대표도 “4월 중으로 주주대화방을 개설해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선영 대표를 포함한 현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개인주주는 “헬릭스미스는 지난 2년 동안 19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며 “이러한 경영활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3번이나 대표이사를 물러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2019년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글로벌 임상3-1상이 실패했을 때, 2020년 말 유상증자를 진행했을 때, 그리고 최근에 대표이사 사임의사를 내비쳤지만 주변에서 만류했다는 점을 밝혔다.
김선영 대표는 “그래도
김선영이 엔젠시스 개발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지해주는 주주들도 있어 대표에서 물러나기도 쉽지만은 않다”며 “하지만 결코 대표이사직이나 사내이사직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주주의 질문에 답변하는 서제희 경영지원실장. |
헬릭스미스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김신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대표이사로 선임하려고 했지만 김신영 전 사장이 사임해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에 따르면 김신영 전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김선영, 유승신 각자대표이사의 대표이사직은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김선영 대표는 이와 관련해 “김신영 전 사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 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나를 믿고 지지하는 주주도 상당수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대표는 현재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적합한 인물이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며 질서있는 퇴진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주주는 “실패한 경영진이 새로운 경영진을 뽑는 것은 맞지 않다”며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 경영진을 꾸리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2020년도 재무제표 승인 안건만 통과됐고 정관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일부 주주는 이날 부결된 안건에 관해 언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에게 동의를 구할 것인지를 물으며
김선영 대표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사 보수한도의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에 무보수로 근무하는 것인지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다.
김선영 대표는 유권기관에 해석을 구할 것이며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것에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안건을 검토하고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 임시 주주총회 개최 일정 제시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주주와 이를 만류하는 주주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주주총회는 오후 4시30분이 넘어서야 끝날 정도로
김선영 대표에 명확한 책임과 답변을 원하는 주주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김선영 대표는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계획과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만 밝히는 등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인상을 남겼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현경영진을 반드시 해임시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