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1천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상장했다. 만기는 1년, 발행금리는 0.89% 고정금리다.
KB국민은행이 녹색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2018년 8월 신한은행이 2천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채권을 통해 발행한 자금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국내 저탄소 녹색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KB국민은행은 외부감사기관으로부터 국제 가이드라인 및 환경부 제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인증도 받았다.
그동안 녹색채권은 정의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했다.
녹색채권을 통해 마련한 자금 활용에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을 내세우면 사용이 어렵고 자의적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운용하면 환경과 상관없는 사업에 재원이 투입돼 '그린워싱'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0년 상반기 녹색채권의 발행건수가 전무하기도 했으며 은행권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던 신한은행도 2018년 이후에는 녹색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녹색채권의 범주를 규정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먼저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K-텍소노미 프로젝트'를 통해 녹샘금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의 범주 등 분류체계를 마련했다.
이어 2020년 10월 말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한국형 녹색채권 외부 검토기관 인증 및 녹색채권 발행자 지원체계 구축 연구' 계약을 맺었고 그 뒤 2020년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녹색채권의 발행체계와 절차가 명확해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발빠르게 녹색채권 발행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2월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1분기 안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인 은행장은 KB국민은행이 녹색채권 발행기업으로 참여하는 데 적극적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은행장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협약식에서 "이번 녹색채권 활성화 협약을 계기로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니고 친환경 녹색금융 확산과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은행장의 이런 행보는 최근 KB금융그룹이 환경을 포함한 ESG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허 은행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ESG경영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으며 환경과 공생의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와 젊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기업 선택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모든 KB가족이 소명의식을 지니고 ESG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2월4일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참여 금융기관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적도원칙이란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가 있는 대규모 개발사에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세계 금융기관 사이 자발적 협약이다.
KB금융지주는 2020년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뒤 본격적으로 ESG 강화 행보를 보여왔다. 2020년 8월에는 'KB그린웨이 2030'을 공개했으며 2020년 9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안으로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은 100%로 끌어오리는 'RE100’에도 가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