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할까?
권 행장이 지난해 우리은행 위기상황에서 은행장에 올라 조직안정을 이끌었던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데 연임이 결정되면 임기를 얼마나 받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안에 권 행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는 5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날 우리금융지주는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결정하기 위해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권 행장 연임 여부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행장은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후보군 검토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권 행장이 단독 후보에 올라 연임 결정까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권 행장이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 "5일 사외이사들이 임기가 끝나는 만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가 예정돼 있다"며 "다만 권 행장 연임 여부를 같은 날 결정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권 행장이 연임할 공산이 크다.
우선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 권 행장을 제외하고 은행장후보로 나설 수 있는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인사를 실시했는데 유력한 행장후보들의 거취를 정했다.
김정기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이사 사장은 교체됐다. 김 사장과 이 전 사장은 지난번 우리은행장후보에 권 행장과 함께 올랐었다.
이 밖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사람으로 여겨지는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사장 자리를 맡았다.
우리은행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와 파생결합펀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점도 수장을 교체하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특히 권 행장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우리은행의 고객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손 회장을 대신해 은행장을 맡아 조직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 행장은 지난해 2월 행장에 오른 뒤 해외결합펀드 피해자에 배상을 마무리했다.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6월 공동 선지급방안을 수용해 환매연기된 플루토와 테티스 펀드를 대상으로 원금의 약 51%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전액 반환 권고안을 수용하고 반환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손 회장이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CEO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도 우리은행 수장을 교체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를 판매했던 시기에 은행장을 맡고 있던 손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사전통보받고 제재심의위원회 대상에 올라있다.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치며 연임 여부에 더해 2년 임기를 보장 받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CEO들은 통상 '2+1' 임기를 부여 받는다. 반면 권 행장은 지난해 행장에 오르며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았다.
권 행장은 우리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우리은행장에 취임하기 직전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맡고 있었다.
권 행장의 1년 임기를 두고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권 행장에 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연임 과정에서는 2년 임기를 부여해 권 행장에 힘 실어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권 행장은 지난해 우리은행 조직 안정화에 집중한 만큼 올해는 디지털역량 강화와 영업력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올해 초부터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기업들과 업무협력을 늘리고 있으며 영업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공동영업체제도 구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처럼 권 행장 연임에 힘이 실린다"며 "권 행장이 이번에는 2년 임기를 받는 것이 조직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