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계열사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신사업 핵심인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건설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한화건설을 더 키워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에서 한 축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경영전반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2일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김 회장은 향후 3남인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에게 한화건설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김동선 상무보가 맡은 한화에너지는 스마트시티사업 등에 뛰어들며 최근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한화건설이 관련 시공을 담당할 수 있게 되면 시너지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선 상무보가 한화에너지, 한화건설과 함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건설·개발사업을 승계하면 김 회장의 세 아들은 각각의 사업영역이 상당히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방산과 태양광을 포함하는 화학·에너지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전무는 금융사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회장이 이번에 한화건설을 경영복귀 계열사의 하나로 고른 것은
김동선 상무보에게 한화그룹의 건설·개발사업을 물려줄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는 세 아들의 사업영역 구분 못지 않게 승계된 각 사업영역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실적규모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김동선 상무보가 건설·개발사업을 맡게 된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두 형들이 사업을 이끄는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맡은 규모가 작다.
김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이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화그룹 건설·개발사업 쪽에서는 한화건설이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신사업, 해외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건설이 한화그룹 지배구조 상에서 한화나 한화솔루션 만큼 연결의 핵심을 잡고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봤을 때는 김 회장이 직접 이끌 만큼 중요한 회사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이 한화건설 성장을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다면 한화건설의 최고경영자인
최광호 사장은 경영전반에서 부담감이 상당히 커질 수 밖에 없다.
최 사장이 2015년 대표를 맡은 뒤 영업손실 4천억 원 수준을 내던 한화건설을 영업이익 3천억 원가량을 거두는 회사로 바꿨지만 김 회장은 이보다 더 큰 기대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내년 3월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김 회장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 경영자로서 경력도 달려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 사장은 올해 이전과 다소 다른 경영전략을 내놓았는데 김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비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연말 풍력사업팀을 풍력사업실로 확대 개편하고 올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사장은 5일 전남 신안까지 내려가 정부가 주도하는 해상 풍력발전단지에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 사장이 그동안 수처리를 제외한 신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5년 동안 한화건설 수주내역을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사업과 관련된 곳은 2018년 제주 수망풍력단지와 2019년 경북 영양풍력단지 2곳뿐이다.
그나마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수주잔고는 78억 원 규모의 영양풍력단지 유지보수사업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분야를 이끌기 위해 환경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최 사장은 관련 수주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밖에 김 회장이 최 사장에게 주문할 수 있는 사안으로는 해외사업 강화 등이 꼽힌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이렇다 할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2018년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였는데 지난해는 15% 수준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글로벌 건설사와 협력을 통해 한화건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