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해외사업에 강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받는다.
이 내정자는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깜짝 발탁되면서 증권사 경험이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받고 있는데 해외 대체투자에서 성과를 낸다면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내정자.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내정자가 하나금융투자를 맡아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는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해외 대체투자는 이 내정자가 강점을 지닌 부문으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GCIG(Global Capital Investment Group) 총괄대표, 중국민생투자그룹 총괄 부회장 및 투자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해외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적 증권사 가운데 한 곳인 데 이 내정자체제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로 해외실사 등에 어려움을 뚫고 해외 대체투자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 대형 오피스빌딩인 퀼트릭스타워 지분 95%를 7600억 원에 인수했고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델라웨어 아마존 물류센터사업에 투자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셀다운(재판매)도 마쳤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해 순이익 4천억 원을 넘으며 사상 최대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해외 대체투자 등 투자금융(IB)부문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출장이 어려운 경우 드론과 액션캠을 활용해 현지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반드시 현지실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2주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직접 해외 현지실사를 나가는 등 철저하게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2016년 중국민생그룹 부회장 시절 22억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재보험사인 시리우스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시리우스인터내셔널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때 중요한 실무작업도 맡았다.
당시 ‘시리우스 셰르파’(등산 파트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 부회장이 시리우스인터내셔널 상장 과정에서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증권사 경험이 직접적으로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힐 수 있는 만큼 이 내정자가 해외 대체투자에서 먼저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로 건전성 관리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 내정자의 과제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하나금융투자도 손실 200억 원가량을 떠안게 됐다.
손실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금융투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셀다운과 관련한 분쟁 가능성, 평판 하락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추가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대형증권사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부실자산 누적, 해외 투자자산에 관한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성 하락뿐 아니라 투자대금 회수 지연 및 재매각 불능에 따른 유동성 부담과 신규투자 제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금감원도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가 교역 축소 등의 영향으로 호텔, 항공기, 무역금융채권 등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3월부터 증권사가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항공기, 선박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할 때 지켜야 할 모범규준도 시행된다.
이 내정자는 25일 하나금융지주 열린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3월 말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된다.
1974년에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지린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고문교수로 일했다.
2011년 하나금융지주에 영입돼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지냈고 중국민생투자그룹으로 옮겨 총괄 부회장 및 투자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오른 뒤에도 해외사업부문을 담당했다.
이 부회장은 5개 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하나금융그룹에서 유일한 40대 최고경영자가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