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고객 대상 데이터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수료이익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등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성장세를 유지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가 주요 카드사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카드는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1900만 명에 이르는 카드회원의 카드 매출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금융데이터거래소 인기 공급기업 1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인기 공급기업 순위는 등록 데이터 수와 판매량, 최근 활동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최근에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데이터루트'를 공개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융데이터거래소는 데이터를 거래하는 오픈마켓이다"며 "데이터루트는 기업고객과 개별계약을 통해 차별화된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1월 KB국민카드를 비롯한 주요 카드사들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며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자체 데이터솔루션 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마이데이터사업이란 신용정보주체인 개인이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며 자산관리서비스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는 것을 뜻한다.
기업은 개인의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 기반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데이터루트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분석 솔루션과 광고서비스, 오픈랩으로 나뉜다.
먼저 광고서비스는 소비데이터를 통해 최적화된 광고대상을 제공하고 결과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2020년 2분기에 스크린골프장에서 구매이력이 있는 30~40대 남성 중 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거주하는 월평균 이용금액 50만원 이상 고객군'과 같은 특정한 타깃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자하는 기업에게 의뢰를 받아 심의를 거쳐 광고를 집행한다.
그동안 쌓아뒀던 데이터를 활용해 B2B 마케팅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픈랩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분석할 데이터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동 연구공간이다.
자체 분석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고객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랩에는 최근 2개년 회원정보, 가맹점정보, 거래내역정보가 비식별화 처리돼 적재되있다.
KB국민카드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석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공데이터를 오픈랩에 적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정형 분석 보고서와 기업별 맞춤 보고서를 통한 분석 솔루션도 제공한다.
이동철 사장이 데이터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바탕으로 주요 경쟁자인 삼성카드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삼성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이 묶여 4대 카드사(신한 KB 삼성 현대)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마이데이터시장 선점경쟁에서 KB국민카드가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2020년 KB국민카드는 순이익 3165억 원, 삼성카드는 3988억 원을 거뒀다. 2019년과 비교해 각각 2.6%, 15.9% 늘어난 것이다.
실적 격차가 벌어졌지만 업황 악화로 비용을 줄여 이익이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이동철 사장으로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2020 데이터산업현황조사'에 따르면 2020년 데이터산업의 시장규모는 19조 원2736억 원으로 추정된다. 2023년에는 30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마이데이터시장에서 앞서간다면 삼성카드와 벌어졌던 순이익 격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
현재 KB국민카드는 기업 고객 이외에도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리브메이트3.0'을 통해 소비자 패턴에 맞는 금융상품 추천기능 등을 제공하고 마이데이터 관련 콘텐츠를 늘리고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