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전 합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5일 “이번 소송전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합의금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소송전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
이에 앞서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최종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 모듈, 팩, 관련 부품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수입이 금지되고 이미 수입된 영업비밀 침해품목도 미국에서 생산, 유통, 판매가 10년 동안 금지된다.
앞으로도 배터리 특허 침해소송 2건과 델라웨어 법원의 민사소송 등이 남아 있어 두 회사의 소송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 연구원은 “소송이 장기화하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장기적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며 “(미국 행정부의 판결 검토기간인) 60일 안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강 연구원은 3가지 근거를 들며 SK이노베이션이 상당한 불확실성 속에서 합의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합의금액이 수조 원 수준으로 상당히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도 봤다.
첫째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피해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전이 미국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 등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막대한 징벌적 배상금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포드 등 미국 배터리 고객사에 배상을 지불해야 하는 동시에 배터리사업의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 연구원은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먼저 합의금의 규모뿐만 아니라 지급 방식이나 형태와 관련해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현금으로 합의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판매량에 따른 로열티 방식이 선택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재무적·사업적 영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또 합의를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국제무역위의 판결대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봤다.
배터리분야는 핵심기술을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를 출원한 기술은 근본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내용이 공개되고 지적재산권이 만료돼 누구나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영업비밀 관리의 핵심은 다른 회사로 옮긴 인력들의 기밀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인력과 관련한 영업비밀의 보호 차원에서 이번 소송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며 “이번 소송 결과는 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선례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