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인수한 패션회사 한섬은 이미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됐고 2020년에는 화장품 천연원료를 생산하는 현대바이오랜드(옛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면서 뷰티, 헬스케어사업에도 발을 들여놨다.
정 회장이 이처럼 제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사업인 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은 수년 동안 제조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오프라인 및 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채널 성장세가 약화되고 온라인 채널도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기존 플랫폼과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제조부문 강화에 더욱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올해 1월4일 2030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며 신규투자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뷰티, 헬스케어, 바이오, 친환경사업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사업은 지난해 인수한 현대바이오랜드를 중심으로 항산화, 피부개선, 세포치료제, 상처 치료용 소재 등을 개발·제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이오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적 인수합병도 열어두고 있다.
헬스케어분야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가정용 의료기 등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상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현재 이를 제조하기 위한 제조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사업 가운데 그룹의 성장전략과 부합하는 분야에 관해서는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공격적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홈쇼핑은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02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홈쇼핑은 사업구조상 현금성 자산이 지속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
현대홈쇼핑은 사업의 특성상 홈쇼핑본업에 투입하는 연간 설비투자(Capex) 금액이 50억~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막대한 현금창출능력을 갖춘 반면 본업에 투자해야할 금액이 적은 만큼 신규사업 투자를 진행하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현재 현대홈쇼핑 자회사인 현대HCN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6천억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남성현 연구원은 “현대홈쇼핑은 사업부 재편을 통해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