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 군사 구테타 때문에 미얀마를 발판으로 삼아 동남아시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큰 그림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애초 미얀마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외국계 보험사를 대상으로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얀마 정치상황이 급변하면서 보험시장 개방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미얀마 군부는 1일 미얀마 정부의 장관과 차관을 대거 교체하고 군사정부에서 일할 새 장관을 지명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새로 들어선 군사정부가 금융시장 개방기조를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미얀마 현지보험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미얀마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교보생명은 미얀마 양곤에 주재사무소 설립을 마치고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기에 쉽게 접을 수도 없는 처지다.
교보생명에게 미얀마시장은 단순히 여러 해외시장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경쟁사에 견줘 동남아시아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한화생명은 2009년 베트남, 2013년 인도네시아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삼성생명은 1997년 합작법인을 통해 태국에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는 교보생명에게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실상 첫 진출 대상국이다. 여기서 발판을 만들지 못하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금융시장 개방이 더딘 동남아시아에서 규제산업인 금융업이 법인 설립 등의 인가를 받으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해당 국가와 관계를 쌓아둬야 한다.
교보생명도 미얀마시장 진출에 앞서 2017년부터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굿네이버스와 함께 미얀마 교육인프라 구축사업을 꾸준히 벌이며 미얀마 현지 초등학교 3곳을 세우는 등 공을 들여왔다.
신 회장은 ‘양손잡이 경영’에 따라 미얀마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교보생명 창립기념식에서 “급격한 시장변화에 살아남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기업이 되려면 ‘양손잡이 경영’을 해야 한다”며 “한 손으로는 기존 생명보험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가 미얀마 진출이다.
미얀마 보험시장은 2018년 기준 수입보험료 규모가 1억6600만 달러(약 2천억 원)로 보험침투율은 0.2%에 그쳤다. 말레이시아(4%), 베트남(0.6%)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보험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곳이다.
미얀마는 2019년 들어서야 보험시장이 외국계 자본에 개방된 만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도 높지 않다.
미얀마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외국계 보험사 법인 인가도 계속 미뤄진다면 신 회장이 미얀마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일찍이 삼성생명도 미얀마 진출을 시도하다 포기한 적이 있다. 삼성생명은 2013년 외국계 생명보험사 가운데 세 번째로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열었지만 미얀마 보험시장 개방이 늦어지면서 2016년 말 사무소 문을 닫았다.
교보생명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얀마 진출 관련 사항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