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을 놓고 빨리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정 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소송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두 회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남이 누군지는 제가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 총리는 ‘기업인 출신 총리로서 LG와 SK가 해외에서 벌이는 배터리 소송에 대해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남’은 중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을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시대를 맞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시장에서 두 회사의 소송이 해외 경쟁기업에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 총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을 놓고 “미국 정치권도 나서 제발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며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두 회사의 최고책임자와 연락도 해봤고 통화도 해보고 만났다”며 “좀 낯부끄럽지 않느냐, 국민에게 이렇게 걱정을 끼쳐드리면 되느냐. 빨리 해결하시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의 대승적 결단을 희망했다.
정 총리는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가 앞으로 크게 열릴 텐데 두 회사가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이밖에도 국내외에서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를 놓고 여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3년 가까이 두 회사의 소송을 중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합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소송 결과는 2월10일 나온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이 두 회사의 막판 합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