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대표주관을 맡은 크래프톤 기업가치 산정을 놓고 부담을 안게 됐다.
크래프톤의 새 게임이 부진하면서 애초 예상됐던 기업가치에 못 미칠 수 있는 데다 공모주 투자자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가 크래프톤의 적정 기업가치를 어떻게 산정할지를 놓고 시선이 몰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했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최대 4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크래프톤 상장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대형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크래프톤의 적정 기업가치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매출 대부분이 대표 흥행작인 `배틀그라운드`에서 나온다는 하나의 게임 리스크를 지적받아 왔다. 크래프톤은 상장시기를 후속작인 `엘리온` 출시 이후로 잡으면서 수익을 다변화하고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엘리온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원게임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PC방 통계 분석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월 3주차(11~17일) 점유율 순위에서 엘리온은 18위(0.48%)에 그쳤다.
배틀그라운드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C방 통계 사이트 더로그에 따르면 8일부터 14일까지 배틀그라운드는 점유율 6.25%를 보여 순위가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또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인도 정부가 중국기업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재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전체 내려받기 수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서비스는 중국 게임회사 텐센트가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중국과 인도 사이 국경분쟁의 영향으로 서비스가 중단됐다.
엘리온의 흥행 부진과 배틀그라운드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하향이 불가피하다. 크래프톤 성장성에 의문의 시선이 나오면서 기업가치가 15조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표주관사로서 상장기업과 투자자들을 만족할 수 있는 적정한 기업가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상장기업의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것은 주관사의 핵심업무 가운데 하나다.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면 상장 흥행에 차질을 빚거나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또 공모가 거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기업가치를 과소평가하면 공모자금 규모가 줄어들게 돼 상장기업이 기대하는 수준의 투자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최근 상장한 엔비티,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등이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에서 모두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상장 뒤 주가가 급등하는 등 공모주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기업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미래에셋대우가 크래프톤과 적정 기업가치를 조율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의 기업공개시장 1위 탈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크래프톤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상장주관실적과 수수료 수익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또 다른 초대어급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주관사단 합류에 실패했고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 문제로 주관사 선정 기회 얻지 못했다. 크래프톤 상장 흥행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2018년 기업공개시장 1위 증권사였지만 2019년 5위로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이후 지난해 기업공개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기업공개 강자의 위상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19개 기업의 상장을 성공시켰다.
연말 조직개편에서는 성주완 IPO본부장을 상무보에서 상무로, 김진태 IPO2팀 부장을 이사대우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싣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