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우여곡절 끝에 연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등 민감한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모두 내년으로 미뤄 내년 노사관계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24일 12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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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왼쪽) 현대차 사장과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 |
하지만 노사는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등 노사가 갈등을 빚어온 대부분의 쟁점을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협상에 나선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차 임단협은 해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해를 넘길 경우 윤 사장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도 올해 노조 위원장 선거에 나서며 임단협 연내 타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단협이 올해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올해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이 내년으로 이월되면서 내년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특히 올해 퇴직자의 경우 성과급도 받지 못하게 된다. 성과급은 임금협상 타결 당시 재직자에 대해서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몰리면서 예민한 사안은 덮어두고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우선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확대 시행한다. 조합원에 대해서는 내년 단체교섭에서 합의해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8월 2016년부터 그룹 전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노사는 그 뒤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충돌했다.
현대차는 현재 만 58세를 정점으로 만 59세에 임금 동결, 만 60세에 전년보다 임금이 10% 감소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현대차가 도입하려는 임금피크제는 만 59세와 만 60세에 각각 전년도 임금의 10%를 삭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쉽게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결정에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 노조는 물론이고 노동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노조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만 4만8천 명으로 국내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현대차 임금협상은 한국 노사관계의 바로미터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강성으로 분류된다. 박 위원장은 2006년 위원장 재임 당시 12차례의 정치파업을 포함해 모두 40차례 이상 파업을 벌였다.
박 위원장은 올해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당선 직후 “현대차는 지금도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라며 “지금보다 감액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회사의 일방적인 뜻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을 놓고도 내년 단체교섭까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에도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올해 3월 말까지 통상임금을 비롯해 임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만들었다.
개선위원회는 올해 초까지 유럽과 일본을 방문하고 임금체계를 살펴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9월 이후 임단협, 파업, 집행부의 임기만료 등과 겹치면서 활동을 흐지부지 마무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