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알짜 사업이다. 이 때문에 경영능력을 확인하려는 오너 후계자들에게도 면세점 사업은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후계구도 1순위가 아닌 후계자들이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받고 있다.
|
|
|
▲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
한화그룹이 최근 연 갤러리아면세점63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깜짝 등장했다.
김 과장은 그동안 면세점은 물론이고 한화그룹 유통사업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았다. 김 과장은 지난해 10월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해 김 회장의 중동 출장을 수행하는 등 한화건설에서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김 과장은 이날 “면세점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배우는 입장”이라고 털어놓았다. 김 과장은 앞으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본부에서 면세점 사업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 외에도 면세점 사업을 맡은 후계자가 또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다.
박 전무는 그동안 오리콤에서 광고기획·브랜드컨설팅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신규 진출하면서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도 겸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박 전무의 브랜드 마케팅 능력이 면세점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과 함께 지난달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사낸 신세계그룹도 이명희 회장의 장녀 정유경 사장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업을 물려받을 1순위 후계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김 과장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부장을 형으로 두고 있다. 정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동생이다.
박 전무는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지만, 형제경영을 하는 두산그룹의 승계원칙을 보면 후계순위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두산그룹에서 오너 4세 가운데 차기 후계자는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재계에서 1순위 후계자가 아닌 오너 자녀들이 면세점 사업을 맡는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면세점 사업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들이 맡기에 적합하다.
면세점 사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높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유통사업이 고전하고 있지만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은 꾸준하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록 면세점 사업은 유리하기 때문에 대기업 후계자들이 도전하기 좋은 사업이다.
|
|
|
▲ 박서원 두산 전무. |
면세점 사업은 5년마다 사업권을 다시 따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사업권 입찰경쟁이 치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입찰경쟁을 제외하면 한동안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사업권 입찰은 면세점 경험뿐 아니라 면세점 입지, 사회공헌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바꿔 말하면 경영자의 경영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을 가능성도 작다.
반면 면세점 사업은 그룹에서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현금창출원 역할은 하지만 그룹 전체를 이끌고 갈 만큼 무게감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래서 면세점 사업에서 빼어난 성과를 낸다고 해도 기존 후계구도를 뒤흔들 정도가 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후계 1순위가 아닌 오너 자녀들이 면세점 사업을 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후순위 후계자에게 ‘한 몫 챙겨주는’ 느낌이 없지 않다”며 “면세점 사업을 후순위 후계자에게 맡기면 승계구도가 안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면세점 사업을 맡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