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선 현재 서울시장선거 판세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카드를 찾아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돼 있다.
지난달 31일 나온 여론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를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권 유력주자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자대결에서 42.1%의 응답을 받으며 박 장관(36.8%)을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보면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여권 지지 응답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특히 야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잇달아 경선에 뛰어들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우상호 의원만 나홀로 출마선언을 해 시민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차출설은 인물 경쟁력에서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관료로 공직생활을 30년 넘게 하면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중용될 만큼 전문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존의 야권 후보들이 모두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김 전 부총리의 경제와 행정분야 전문성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된 뒤 상업고등학교와 야간대학을 거쳐 고위공직자에 오른 ‘흙수저 성공 스토리’도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도확장성이 있다는 점이 여권에서 김 전 부총리를 매력적으로 보는 중요한 이유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정책 사령탑을 맡으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등 청와대 경제라인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소신 행보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전력으로 보수층이나 일부 중도층들의 여권을 향한 거부감을 상쇄하는 데 김동연 카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찍이 야권에서 김 전 부총리의 서울시장 차출설이 나왔던 대목은 그의 중도확장성을 방증하는 사례다.
김 전 부총리는 비정치인으로 민주당에 지지기반이 없어 서울시장 출마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지지세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자칫 흥행몰이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 출신 인사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순 전 서울시장은 지금의 경제부총리 격인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친 뒤 민주당에 영입돼 1995년 서울시장 선거해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조순형, 홍사덕 등 쟁쟁한 인물들을 꺾은 뒤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