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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이중근, 기부천사와 곳간배당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5-23 21: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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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얼굴의 이중근, 기부천사와 곳간배당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2월 '부영그룹 우정교육문화재단 2014년 1학기 유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재계 순위 20위 부영그룹의 총수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 계열사 14개 가운데 어느 것도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았다. 최근 부영그룹이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서자 상장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부영그룹은 “상장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자금도 충분해 투자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말 그대로 ‘오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은 부영그룹을 더 이상 개인기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영그룹은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편법을 동원해 400억 가까운 배당금을 받는 등 회사를 마치 ‘사금고’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비판은 ‘더이상 개인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 돈 없어 학업중단, 이 회장의 아픈 과거 


이 회장은 ‘기부천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회장은 2011년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 서울대, 서강대에 각각 100억 원씩을 기부했다. 건국대를 비롯해 중앙대, 경희대, 순천대에 건물을 지어 기증했다. 또 지난 1월 전북 고교야구팀에 3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기부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이 회장의 아픔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 회장은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평소 "우리 회사에서 기증한 교육자재로 공부한 학생이 나라와 사회의 인재가 된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회장의 사회공헌활동은 해외에서 더욱 빛을 낸다. 부영그룹은 지난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유엔헤비타트와 협약을 맺고 글로벌 주거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동남아지역에서 2007년부터 주택사업과 교육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이 회장은 그 공로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훈장을 받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방글라데시에 한국의 졸업식 노래가 담긴 디지털피아노 5천 대와 교육용 칠판 5만 개를 기증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방글라데시의 한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 초등학교에서 한국식으로 졸업식을 열면서 이 회장을 초청한 것이다.


이 회장은 “졸업식 노래 가사처럼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이 부지런히 더 배우고 꿈을 키워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믿음직한 일꾼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며 “부영그룹은 미래 지구촌 주역들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과 지원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1년 스리랑카,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 지역에서도 이런 ‘한국 졸업식’ 문화를 전파해 ‘한류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회장은 라오스에서 300개의 초등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한국식 온돌 난방을 적용한 100실 규모의 학생 기숙사를 세워 기부하기로 협약했다. 이 회장은 “한민족이 수천년 동안 사용해온 고유의 난방방식인 온돌은 에너지 효율성과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이런 웰빙 주거문화가 일반가정에도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얼굴의 이중근, 기부천사와 곳간배당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11년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노르돔 초등학교 졸업식 행사에서 정부관계자 및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맨삼언 캄보디아 부총리, 임세티 교육훈련 청소년 체육부 장관.

◆ 379억 '곳간 배당'하는 이중근

이 회장은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모두 비상장 회사다. 지주회사격인 부영이 부영주택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영의 지분 74.1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이밖에도 남영개발 동광주택산업 대화도시가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90~100%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4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무려 379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러면서 부영그룹의 계열사가 이 회장의 ‘곳간’처럼 운영된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런 비난이 나온 것은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을 말한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적자기업인데 배당만 과도하게 했다는 뜻이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1303.79%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국내기업 배당성향 중 1위다. 이밖에도 부영대부파이낸스가 5위, 대화도시가스가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광영토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7억여 원에 불과했지만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 원을 배당했다.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 원), 동광주택산업(84억 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 등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받았다.

광영토건의 배당금은 상당한 논란이 됐다. 광영토건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는 이 회장이 2004년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이 회장은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2년 전인 2002년 광영토건의 지분 3.5%를 취득했다. 그동안 아들 이성훈 전무(8.33%)와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11.49%), 동서 이영권씨(24.58%) 등이 최대주주였다.

이 회장은 법원판결 이후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다 2011년부터 경영일선에 다시 나섰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광영토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동생과 동서가 보유하던 광영토건의 지분을 모두 확보했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광양토건 지분 91.67%를 소유하게 됐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맡겨놓았다 되찾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광영토건의 최대주주가 되자 배당을 했다. 10년치 배당을 한꺼번에 했다. 이 회장은 배당을 실시한 뒤 광영토건 지분 일부를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일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부영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부영CNI와 신록개발 지분 100%를 각각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에 넘겼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처였다.

부영CNI는 당초 이 회장과 부인인 나길순 씨가 각각 지분 35%를, 이 전무가 지분 30%를 보유했다. 신록개발도 이 회장이 지분 35%를, 이 전무가 지분 65%를 보유했다. 두 회사는 100% 내부거래로 매출을 만들고 있다.

업계는 부영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이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자금을 빌려준 게 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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