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본 JSR이 반도체 소재와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합성고무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롯데케미칼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는 시선이 많다.
JSR은 1957년 일본 정부가 40% 지분을 출자해 합성고무 국산화를 목표로 만든 회사로 한때 합성고무 생산규모 글로벌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을 비롯한 합성고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등 여러 글로벌 화학사에서 기술을 도입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LG화학 및 금호석유화학과 비교해 JSR 합성고무사업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유력한 JSR의 합성고무 사업부문 인수후보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통해 JSR의 합성고무사업부문을 인수한다면 롯데그룹의 모빌리티소재시장 진출 속도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JSR의 주력 합성고무 제품 가운데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나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는 타이어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특히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는 고기능성 친환경 제품으로 불린다. 기존 합성고무보다 10%가량 비싸지만 마모성을 줄이고 제동력을 높이며 연비도 개선하는 등 성능을 크게 향상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 회장은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를 생산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모빌리티소재시장 진출을 추진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설립한 합성고무 합작법인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를 통해 2017년 연 10만 톤 규모의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과 연 9만6천 톤 규모의 에틸렌프로필렌고무(EPDM)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연 6만 톤가량을 생산하며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 국내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때 롯데케미칼도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당시 친환경 타이어시장을 공략해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사업으로 한 해 영업이익 5천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타이어 제조사들로부터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의 제품 인증을 받는데 시간이 지연되면서 좀처럼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 공장은 준공한 뒤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적자규모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영업손실 874억 원, 2019 영업손실 850억 원, 2020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 570억 원을 냈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미 글로벌 주요 타이어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JSR을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면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가 타이어 제조사들의 까다로운 제품 인증 장벽을 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JSR은 태국공장 10만 톤과 일본공장 7만 톤을 합쳐 연 17만 톤 규모의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6%로 세계 5위를 차지하며 이미 타이어 제조사들의 인증을 통과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JSR 합성고무 사업 인수는 신동빈 회장의 ‘스페셜티(고부가제품) 중심의 성장’전략 기조에도 부합한다.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포함되기 때문에 신 회장은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잇따른 적자에도 사업에 계속 힘을 줬다. 10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에 모두 2천억 원을 지원한 점도 그룹 전략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 확산에 맞춰 모빌리티소재분야가 성장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신 회장의 합성고무시장 진출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신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서 미래차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할 정도로 모빌리티소재시장을 향한 의지를 꾸준히 보여왔다.
투자업계에서는 JSR의 합성고무사업부문 적정가격을 1조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6095억 원을 들고 있어 JSR 합성고무사업을 인수할 여력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롯데케미칼은 합성고무 원재료도 직접 내부에서 자체생산해 조달하는 여력이 경쟁사들보다 커 사업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외부요인에 따른 원자재 조달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