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기업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의 강을 건너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도 북한과 미국 관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세계 경제질서도 급변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에게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2021년을 움직일 변수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을 미리 짚어 본다. <편집자주>
1. 대선 바이든 친환경 그리고 경제
2. 새 틀 짜기
3. 그린뉴딜
4. 상생경영
5. 디지털전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친환경사업에서 그룹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 각 계열사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앞세운 혁신적 사업모델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 등으로 경영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을 핵심으로 하는 ESG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 SK 에너지계열사, 친환경에너지사업으로 딥체인지 가속
5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그룹 에너지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의 ESG경영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신재생에너지, 전기차배터리사업 등으로 전환하는데 2021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사업은 환경오염을 필연적으로 동반해 ESG경영의 대치점에 있는데다가 최근 에너지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생각하면 ‘생존’을 위해서도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SK그룹의 대표적 에너지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위기감이 높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은 2021년 ‘탈석유’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2020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국가 계획을 선언하는 등 친환경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코로나19 타격 이전부터 이미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의 수익성이 하락세를 보여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4분기 영업적자를 냈고 2019년에는 석유화학부문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역성장했다.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조2438억 원을 냈고 4분기에도 영업손실 규모가 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근본적 혁신)가 절실한 상황에 놓이자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친환경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을 준비하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확대하고 산하에 차세대배터리 연구센터와 환경기술 연구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기존 화학연구소는 친환경제품 솔루션센터로 전환했다.
친환경차시장을 겨냥해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과 중국, 폴란드 등에서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분리막(LiBS) 설비 증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배터리사업부문도 2020년 2분기 미국 제2공장 건설 착공에 이어 중국, 헝가리, 미국 등에서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들도 친환경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를 전담하는 ‘그린비즈(친환경사업) 추진그룹’을,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그린성장 프로젝트그룹’을 각각 신설했다.
SK그룹은 이밖에도 지주회사 SK를 통해 수소생산과 공급, 유통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도시가스 및 발전사업을 하는 SKE&S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사업에 힘을 실으며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SKE&S는 2030년까지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발전규모를 10기가와트(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KE&S는 2020년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발전규모는 200메가와트(MW)에 이른다.
최 회장은 2020년 12월24일 새만금사업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번 투자는 SK그룹의 핵심주제인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비전의 제시’와 ‘ESG경영’이 잘 녹아있는 모습”이라며 “새만금이 ESG의 시작점이 되고 도약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ESG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포스트 코로나19시대 돈은 ESG에 모인다
최 회장은 환경위기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이 덮친 지금 시대에서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기업경영의 새로운 ‘규칙’이라고 바라본다.
최 회장은 2021년 1월1일 신년사에서 “기후변화와 팬데믹 같은 대재난으로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기업도 더 이상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기업 경영활동의 비재무적 요소를 뜻하는 ESG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가치만 쫓아서는 기업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확신한다.
최 회장은 2021년 그룹의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내부 회의와 세미나 등에서 미국, 유럽 등을 살펴보면 ESG 관련 펀드로 투자금이 몰리는 점을 들며 ESG가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SK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석탄, 담배, 무기 생산기업 등에 투자가 철회되고 세계 투자금액의 25%가 ESG 관련 사업에 몰리고 있다. 또 블랙스톤 등 대형 글로벌 자금운용사를 중심으로 투자기업에 ESG정보의 관리와 공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환경보호,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 지배구조 투명성 등 ESG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며 “2021년은 한국의 ESG 투자가 확대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조직개편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부터 변화를 줬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의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만들었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룹 지주회사 SK도 ESG경영 실행을 뒷받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SK는 2021년을 한 달 앞두고 증권사 등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2021년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ESG사업 관련 투자를 확대해 산업과 시장의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SK그룹 계열사들이 재무성과 이상의 기업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ESG 바탕의 사업모델 개발을 본격화하고 자본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등 ESG와 관련해 진취적 행보를 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그룹은 ‘굴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계열사 외에 SK건설이 하수·폐수 및 폐기물처리기업 EMC를 인수하면서 친환경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SK건설은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합작회사를 세워 연료전지사업도 시작했다. SK건설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해 가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은 BEMS(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 및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ICT(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한 전국의 사옥 및 교환국사 옥상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2020년 9월 SK그룹 직원 모두에게 ‘2020년의 한가운데서’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ESG를 기업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했다.
2020년 11월에는 SK,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차례차례 만나 ESG에 바탕한 사업모델 혁신방안 등 2021년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