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 연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지주들이 기존 은행장을 재신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도 첫 임기를 마친 지 행장을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지만 지 행장의 연임 여부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조직안정성을 위해 지 행장을 재신임할 것이라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융당국의 신용대출규제 강화로 실적 악화 우려도 번지고 있는 만큼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하나은행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보다 먼저 은행장 인사를 마무리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도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기존 은행장을 재신임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하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연임하면서 임기 2년을 보장받은 것도 안정적 조직운영이 중요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 행장이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실적 감소를 방어하는 데 성과를 보인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나은행은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조666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4% 줄었지만 우리은행(-11%), 신한은행(-10%), KB국민은행(-6.2%)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볼 수 있다.
지 행장은 2019년 3월 첫 임기를 시작하며 강조했던 글로벌, 디지털부문에서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8년 말 기준 중국 법인 순이익은 544억 원, 인도네시아 법인 순이익은 157억 원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 중국 법인은 순이익 868억 원, 인도네시아 법인은 순이익 413억 원을 냈다.
지 행장은 올해 8월 새 송금서비스와 얼굴인증 등을 담은 새 모바일뱅킹앱 ‘뉴 하나원큐’를 선보이고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을 내놓는 등 디지털 전환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지 행장은 내년 경영과제로 기존 글로벌, 디지털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추가하는 등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 엮여 있지만 금융감독원 제재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 행장의 연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내년 2월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제재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코로나19로 증권사 제재절차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점이 지 행장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회장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신임 회장이 곧바로 은행장을 교체하면서 경영색깔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회장이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가는 상황이 오더라도 임기가 1년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지 행장을 교체하는 변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 행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2월경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에 따라 다음 회장후보를 확정한 뒤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대표이사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김 회장이 두 번째 연임할 당시 회장추천위원회는 2018년 1월22일 회장 후보 추천 마무리했다. 같은 해 2월2일부터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가 꾸려졌으며 2월 말 계열사 대표이사 최종후보를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