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는 매각주관사를 통해 당초 올해 10월까지 재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을 향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계속 지연되고 있다.
▲ 이스타항공 항공기. <이스타항공>
11일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부터 전체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잇따라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정상화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한국공항공사와 공항사용료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6월 미납된 공항사용료를 납부할 것을 요구하는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했고 한국공항공사도 9월 이스타항공이 납부하지 않은 공항사용료를 받기 위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여기에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도 법원에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받지 못한 취소 항공권 대금을 두고 지급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소된 항공권 환불대금은 카드사별로 4억 원대에서 20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본사 건물에 있는 내부기자재에는 가압류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안내하는 문서들이 붙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을 향해 각종 소송이 제기되면서 회사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리해고에서 제외돼 남아 있는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던 올해 10월 인수후보자들이 회사규모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600여 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 이후 복직을 약속받았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매각이 지연되면서 남아있는 400여 명의 직원들 가운데 일부도 회사를 떠나고 있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와 물류·여행업체 등 8곳 가까운 업체들이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을 밝혀 재매각 성사를 향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확산됨에 따라 항공업을 향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매각주관사들은 재매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하는 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기로 예정돼 있는 점도 이스타항공의 인수 매력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에 거대 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중소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을 내보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 운항중단을 시작해 수익성을 내지 못한 기간이 길어진데다가 거대 저비용항공사가 출현을 예고하고 있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추진하려는 기업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대기업집단인 애경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제주항공도 인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막대한 재무부담을 안고 이스타항공을 인수를 결정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타항공 재매각이 지연될수록 청산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홀딩스와 매각주관사는 재매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주관사 가운데 하나인 흥국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 불확실성으로 이스타항공의 매각에 시간이 걸린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올해 안으로 매각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